K-9 자주포 계약 조건 '수출입은행' 대출 논란
김정숙 피라미드 비공개 방문도 뒤늦게 알려져
靑 "지적은 해국 행위"…野 "국민 원하는 건 반성"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집트 순방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 귀국 일주일여 후 2조원대 K-9 자주포 수출계약이 체결되면서 '빈손 귀국' 오명은 벗어났지만, 계약 조건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김정숙 여사가 이집트 피라미드를 비공개로 방문한 사실까지 뒤늦게 알려졌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사과는 커녕 야권과 언론의 비판을 '해국(害國)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이집트에서 10여 년 만에 K-9 자주포 수출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2조원 이상으로, K-9 자주포 수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선 지난 19~21일 문 대통령의 이집트 순방 기간 중 K-9 자주포 협상 타결이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뤄지지 못해 '성과 없는 외유성 순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문 대통령이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에게 추가 협상을 지시하면서, 업체와 정부 대표단 일부가 현지에서 협상을 이어갔고 결국 계약 체결을 이뤘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은 기업의 손해보다 차라리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을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기업과 대한민국의 국익이 되어 당당하게 귀국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이집트가 K-9 자주포 구입 대금의 상당 액수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대출 규모와 이자율, 상환 시기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성과에 급급해 우리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수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K-9 자주포 이집트 수출 계약과 관련해 문제를 삼은 게 '해국 행위'라는 입장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영업비밀을 까라는 얘기인데 이게 애국 행위인가"라고 반박했다.
박 수석은 "다른 선진국도 다 수출입은행 조건을 끼고 하는데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조건을 밝히면 다음 나라에는 어떻게 수출을 하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대통령께서 야당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순방 기간 중에 계약하라고 했다면 우리 기업에 굉장히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됐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빈손 귀국'이 아니라 '빈손 전략'이라고도 강조했다.
청와대가 김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 일정을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한창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집트 측이 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 부부의 피라미드 방문을 요청했지만, 문 대통령의 일정상 김 여사만 이집트 문화부 장관의 안내로 1시간 가량 피라미드를 관람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김 여사의 버킷리스트를 채우기 위한 졸업여행" "비밀 관광"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무식한 논평" "호도하며 논란 만드는 언론" 등의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박 수석은 "과해도 너무 과하다"며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서 외교적 결례를 범하지 않고 의무를 다했다. 그것을 비밀 관광, 비공개 관람이라고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비판을 수용한다 해도 의도적인 비난"이라고 지적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버킷리스트니 어쩌니 하는 야당의 무식한 논평이나, 양국이 합의한 비공개 일정도 호기롭게 공개하며 여사님의 피라미드 방문이 마치 못 갈 곳을 간 것처럼 호도하며 논란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는 매체들에 전한다"며 "정말 애쓴다"고 했다.
이러한 청와대의 태도에 장영일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 내외의 중동순방에 대한 청와대의 방탄해명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