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해석될 수 있는 일정 다수…체코 경유가 대표적
김정숙, 프라하성 홀로 관람하다 뒤늦게 합류하기도
퇴임 6개월 전 국제회의 참석 아닌 순방 盧·MB 보다 多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올 때마다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에는 김정숙 여사가 세계문화 유산인 이집트 피라미드를 비공개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버킷리스트' 논란까지 일었다. 대통령 해외 순방은 국격 제고와 국익 증대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문 대통령의 순방은 외유성으로 비칠 수 있는 일부 일정 때문에 늘 구설수에 올랐다. 임기 말 순방이 유독 잦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의 지난 4년여간 순방 중 가장 논란이 된 일정은 단연 체코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로 가는 길에 체코를 방문했다. 통상 대통령의 남미 순방 때는 급유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왔다. 당시 청와대도 순방 준비 과정에서 로스앤젤레스를 경유지 후보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경유지는 체코로 결정됐다.
전례와 완전히 다른 동선은 물론 체코에 당면한 현안 역시 없었다는 점에서 '외유성 순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군 1호기가 같은 해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착륙한 탓에 대북 제재에 걸려 미국 경유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설(說)까지 나왔다.
게다가 당시 체코 대통령은 이스라엘 국빈 방문으로 부재 중이었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체코 총리와의 만남을 두고 "회담 아닌 면담"이라고 발표했다가 표기 논란이 일자 "회담이 맞다. 실무자의 오기(誤記)"라고 정정했고, 외교부가 "체코 측의 요청에 따라 '면담'으로 표기했다"며 청와대의 설명을 뒤집는 일도 벌어졌다. 체코 방문 목적 번복, SNS 국가명 오기 등 논란이 잇따르면서 "외교 참사"라는 혹평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체코 일정은 당시 체코 총리와의 환담이 사실상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 논란'을 부추긴 건 프라하 비투스 성당 관람 일정이다. 김 여사가 문 대통령이 성당을 빠져나간 줄도 모르고 홀로 관람을 하다, 뒤늦게 "우리 남편 어디 있나요"라며 황급히 뛰어가 문 대통령에게 팔짱을 끼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체코에서의 대통령 행사는 마치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 연속극을 보는 것 같았다"고 비꽜다.
여러 논란에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체코를 경유지로 정한 건 (공군 1호기에 대한) 대북 제재와 무관하다"며 "급유 등 경유지에서의 지원 같은 기술적 측면을 고려했고, 양자 정상회교의 성과를 거두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5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는데 인간의 생체문제 및 기류의 흐름올 인해 서쪽으로 가는게 훨씬 유리하다. 처음부터 (체코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체코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방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文, 30회·56개국 순방…임기 말 잦은 순방에 '외유' 비판
임기 말 잦은 순방도 비판의 소재다.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횟수로는 총 30회, 국가별로는 56개국(중복 포함), 비행 거리로는 51만 1666㎞(옛 대통령 전용기 기준)의 순방을 다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에만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숫자다.
외교부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총 27회, 이명박 전 대통령은 50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 탄핵되기 전까지 26회 순방을 다녀왔다. 임기 5년차 순방 횟수만 집계하면 문 대통령은 6회,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각각 6회, 7회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6개월을 앞둔 시점에는 2회(호주 국빈방문·중동 3개국 방문) 순방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ASEAN+3 및 EAS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 참석 계기로만 타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참모회의에서 "외교는 서로 교환하는 것"이라며 "갈 수 있다면 마지막까지 한 나라라도 더 방문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상황, 북한의 지속적인 무력 시위 상황 속에서 임기 말 잦은 순방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020년과 2021년에 대면 외교가 중단되었다가 재개된 것인데 우리 정부에서 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가 부담을 갖게 된다"고 임기 말 해외 순방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TBS라디오 '뉴스공장'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자고 요청하는 국가들이 30개 이상 줄 서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순방 때마다 잡음이 일면서 도리어 성과가 묻혔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피라미드 비공개 방문 사실이 드러나자 "청와대는 방문 성과가 대통령 일정으로 다 보이는데 폄훼하지 말라면서 외교를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으름장을 놨다"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외교를 외유로 폄훼하지 말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2일 "우리 순방이 더 내실 있고 성과 있으려면 비난과 보도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