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김택형, 산술적으로 61세이브 가능
위기 속 흔들리지 않는 '뻔뻔함' 갖춰야
압도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SSG 랜더스에 불안요소라면 무엇일까.
SSG는 33경기를 치른 현재 24승 1무 8패(승률 0.750)를 기록,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LG와는 5.5경기 차로 여유가 있으며 아직까지 두 자릿수 패배를 당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을 필두로 두 외국인 투수가 호투를 이어가고 있으며 신구 조화가 잘 어우러진 타선도 필요할 때마다 점수를 뽑아주고 있다.
딱히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굳이 세밀하게 짚어보자면 역시나 김택형이 맡고 있는 마무리 자리다.
올 시즌 김택형은 18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1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하고 있다. 세이브 부문 단독 1위이며 2위인 김강률(두산), 고우석(LG), 최준용(롯데, 이상 9세이브)과도 제법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세이브 기록은 팀 성적과 궤를 함께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원왕에 오르는 대부분의 투수들은 상위권 팀에 속한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팀이 앞서는 상황이 나와야 세이브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벌써 14세이브를 거둔 김택형은 산술적으로 61세이브에 도달할 수 있으며, KBO리그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경신이 가능한 페이스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삼성 오승환이 2006년과 2011년 각각 기록한 47세이브다. 여기에 한 시즌 40세이브가 단 7차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김택형의 현재 페이스는 놀라운 수준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특급 마무리들과 달리 김택형이 마운드에 오르면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직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지 않지만 가끔씩 영점 조절에 실패해 뛰어난 구위를 극대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 4일 한화전이다. 당시 김택형은 5-3 상황에서 2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9회 마운드에 올랐으나 볼넷과 안타, 사구를 잇따라 내주며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결국 김원형 감독은 마무리 투수 교체를 지시, 급한 불을 끄려했으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하주석에게 역전 만루 홈런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마무리 투수는 뛰어난 기량은 물론 강인한 정신력을 갖춰야하는 보직이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초박빙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김원형 감독은 4일 한화전 이후 김택형에 대해 질책 대신 “충분히 이해한다”며 “보다 뻔뻔해져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데뷔 후 첫 마무리 중책을 떠안은 김택형이 뻔뻔함을 앞세워 최다 세이브에 도전장을 던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