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北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의향 표명
文정부 유명무실 '지소미아' 정상화 평가 나와
한일, 강제징용 문제부터 풀자는 공감대 형성
"韓 높아진 위상 맞게 역내 책임 수행 의지 각인"
윤석열 대통령이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16일 오전 귀국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핵심 성과로 '한국 정부 최초의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및 '대북 확장억제 한미일 공조 강화' 등의 6가지를 꼽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전날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인도네시아 바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며 "이를 계기로 미국·일본·중국·캄보디아·태국·필리핀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가졌고 한미일 3자 회의도 개최했다"고 요약했다.
김 실장은 성과 6가지로 △우리 정부 최초의 독자적 인태전략 발표 △한-아세안 연대 구상 발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동맹 강화 △대북 공조를 포함한 한미일 협력 확대 △첫 정식 한일 정상회담 개최 △한중 정상회담 등을 꼽았다.
윤 대통령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공개한 인태전략에 대해 김 실장은 "자유·평화·번영의 인태 지역 구현을 목표로 포용과 신뢰, 호혜 등의 3대 원칙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는 우리의 '외교 대전환'을 의미한다. 한반도에 갇혀 있던 외교 시야가 세계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인태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 맞게 역내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역내외 국가에 분명히 각인했다"며 "새 인태전략이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나가겠다. 이행 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 했다.
인태전략과 함께 발표한 '한-아세안 연대 구상'에 대해 김 실장은 "단순히 아세안을 '수출시장'으로 바라보는 중상주의 시각이 아니라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해 정치·군사·안보·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서 협력을 심화해 간다는 게 핵심 목표"라며 "인태 지역에서 아세안에 특화된 별도의 협력 구상을 발표한 것은 아세안이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중시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이뤄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김 실장은 "북핵 위협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확장억제 정책에 공감했고, 이를 위해 추가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한미 정상 차원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합의"라 했다.
또 우리 업계의 우려가 큰 미국 인플레감축법(IRA)에 대해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계속된 관심을 당부했다고 밝힌 김 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을 고려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상회담 외에도 여러 차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신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다"고 돌아봤다.
김 실장은 대북 공조에 있어 한미일 정상이 협력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중요 성과로 바라봤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3국 정상이 북한의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는 의향을 표명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한미일이 수집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정상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아가 김 실장은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통해 첨단기술과 에너지 공급망 등에서 협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3국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을 가리켜 "가치를 공유하는 3국이 북한에 초점을 맞춘 기존 안보협력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 및 글로벌 위기에 대처하는 포괄 협력으로 업그레이드하고자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 미일 양국의 지지가 반영된 결과"라 평가했다.
순방 기간 이뤄졌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및 시진핑 주석과 각각 한일·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데 대해 김 실장은 "기시다 총리와 글로벌 이슈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고, 시 주석과 상호존중과 호혜에 입각한 한중관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별도의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책에 관련해 구체적인 얘기가 오고 가지는 않았지만 양 정상 모두 문제 해결에 관해 상당히 밀도있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관계자는 "속도감 있게 잘 진행시켜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 뿐 아니라 한일관계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양 정상이 더 주의를 기울이고 힘을 보태자는 분위기였다"며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이야기는 간극이 좁혀졌으니 해소책을 빨리 모색해서 논의를 속히 매듭짓자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기투합의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관계자는 "한일관계, 수출 규제 문제, 지소미아,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들은 다 연결돼있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도 포괄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고르디우스의 매듭(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을 징용 문제에서 풀어나가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순방 후에도 국내에서 굵직한 외교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이 예정돼 있으며 네덜란드 및 스페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와 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관계자는 "사우디의 도시개발 인프라 문제부터 시작해 원전, 방산 이런 문제까지 자유롭게 격의없이 얘기하는 형식이 될 것 같다"며 "부산엑스포와 관련해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 관계로서, 유치 경쟁과는 별도로 한-사우디 협력관계를 가져갈 수 있는 이야기가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더해 "네덜란드 및 스페인과의 정상회담 역시 의제가 정해져 있지는 않으나 네덜란드의 경우 반도체 관련해 범세계적인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논의들이 밀도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