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5년부터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시행…질 높은 보육·교육 서비스 제공 취지
전문가 "부모들, 교육에 맞는 형태로 발전된 보육 원해…돌봄·교육 일원화 서비스 요구 나오는 배경"
"만 0세~5세 과정 나눌게 아니라 하나로 합쳐 통일감 있는 교육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 봇물"
"저출산 문제 해결되려면 부모, 영유아 교육 격차나 부담 느끼지 않아야…지금은 둘로 쪼개져 차이 나"
교육부가 영유아들의 발달 격차를 해소하고 부모들의 교육 부담을 덜기 위해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을 본격 추진해 오는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기관의 목적도 다르고 주무부처 역시 이원화 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시켜 하나의 교육기관으로 만들고 질 높은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인데, 돌봄·교육의 일원화를 원하는 대다수 학부모들의 요구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질 높은 보육·교육 서비스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오는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올해부터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어린이집은 만 0세~5세 영유아, 유치원은 만 3세~5세 유아를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원생들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낮은 어린이집은 '보육'에 초점을 둔 반면, 보다 나이가 있는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은 '교육'에 초점을 둔다.
이는 주무부처만 봐도 알 수 있다. 보육에 초점을 둔 어린이집은 '사회복지기관'으로 분류돼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예산 등을 담당한다. 유치원은 '학교' 혹은 '교육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할이다.
이처럼 양 기관의 초점과 주무부처가 갈리면서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같은 나이대의 아이더라도 보육에 초점을 맞춘 어린이집에 다닌 것과 교육에 초점을 맞춘 유치원에 다닌 것에 따라 발달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영유아 때부터 벌어진 발달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사교육에 추가 지출하는 부모들도 많았다.
또 어린이집은 기본 7시간 보육에 연장 보육이 가능하고, 유치원은 기본 4~5시간 교육 후 방과 후 교육을 제공한다. 어린이집은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지만, 유치원은 사립의 경우 평균 13만 5000원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급식비 역시 유치원의 경우 시도교육청에서 1인당 2800~3435원의 단가로 지원한다. 전국에서 사실상 무상급식을 하는 셈이다. 어린이집은 반면 1인당 2500원을 보조해 학부모가 일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처럼 아이가 다니는 시설에 따라 발달 격차나 부모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점차 유보통합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또 최근 수년간 저출생 기조가 이어지면서 돌봄과 교육을 나눌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일해서 좋은 양육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출산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급등했다.
박소영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학부모들이 원하는 보육은 현재 어린이집의 돌봄 수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교육에 맞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요구나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고 결국 돌봄과 교육을 통일해서 어렸을 때부터 일원화된 교육 서비스를 누리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아에서부터 유아로 가는 과정도 '돌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교육의 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그래서 만 0세부터 5세까지의 과정을 나누는 게 아니라 하나로 합쳐서 통일감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금 유아의 교육은 교육부가, 어린이집 등 돌봄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면서 중앙부처가 영유아 교육을 이원화 해놓은 상태"라며 "다니는 시설에 따라 부처가 갈리니 시설이라거나 교육 서비스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유아학교'로 분류돼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받는 유치원과 사설이나 가정식 위탁 어린이집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려면 부모가 영유아 교육에 대해서도 격차나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격차가 나는 상태로 쪼개져 있으면 저출산 문제 해결도 요원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유보통합의 기원은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나라는 영유아 서비스가 '새마을 협동 유아원'이라는 이름으로 일원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후 3세 미만 영아들을 따로 돌볼 기관이 필요해지면서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됐고, 교육과 보육이 서로 나뉘는 이원화 체계가 탄생했다.
'유보통합'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처음 건의됐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논의가 있어 왔으나 제대로 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유보통합의 기반이 되는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시·도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도록 추진했지만 교육감들이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결국 갖은 진통 끝에 어린이집 지원분은 복지부가 국고 지원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문재인 정부는 ‘끝장토론’을 열어 유보통합을 논의했지만 결국 해법을 찾지 못했고,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