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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저출산 문제 해법은?


입력 2023.02.22 17:27 수정 2023.02.22 17:27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복지부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 개최

우리사회 만연한 저출산·비혼 심도있게 다뤄

보건복지부는 22일 서울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를 개최했다. ⓒ데일리안 DB

만 15~49세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20년 세계 최초로 합계출산율 0.8명대 국가가 된 지 2년 만에 또다시 0.7명대에 진입하며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세웠다.


현대사회에 만성화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맞을까? 보건복지부는 22일 서울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를 개최하고 전문가들을 초빙해 저출산과 비혼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인 이행기가 이전에 비해 길어지고 있다”며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안정적인 직업 및 독립을 탐색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에는 여성들이 평균 24.78세에 혼인을 했는데 지금의 인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평균 연령이다. 첫 아이를 낳는 연령도 2001년 27.99세에서 2021년 32.61세로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 출산연령(인구동향조사, 첫아이 기준). ⓒ보건복지부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현상은 선진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성인 이행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자립, 결혼, 출산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자립이 늦어지면서 결혼과 출산 선택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현재 청년들에게 나타나는 일시적인 변화를 넘어 청소년들에게까지 나타나고 있는 거대한 변화라고 유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유 연구위원은 “결혼과 출산 문제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물어보기 곤란한 질문이고 질문을 받은 사람에게도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다”며 “개인의 선택을 변화하도록 강요시키는 정책보다는 환경의 변화, 자립의 지원을 통해 정책을 펼쳐야 효과적인 정책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많이 있었지만 이제는 직업을 갖기 위해 훨씬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육 기간도 늘어났다. 이러한 거시적인 변화가 성인 연령이 되더라도 바로 독립이나 자립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자립 후 결혼과 출산을 하는 경향이 짙어진다면 결국 결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청년들의 자립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하지 않겠냐는 게 유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자립 기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부모의 소득과 자산, 부모의 권력과 사회적 지위 비중을 그 이유로 꼽았다.


유 연구위원은 “청년들에게 결혼은 여전히 선호되는 선택이지며 자립 기반이 마련될 경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경로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단 청년 정책과 저출산 정책 역시 개인의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사후적인 접근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지향에 기반한 선택과 이를 실현하고 안정화하기 위한 자립 지원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합계출산율 추이. ⓒ보건복지부

유배우 출산이 늦어지고 있는 실태도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유배우 출산이란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을 말하는데 결혼 이후 아이를 갖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차 늦춰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급기야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선택을 하는 비중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다수 청년세대에게 출산이 절대적인 규범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결혼과 출산 욕구가 강하지 않은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욕구가 있음에도 막막한 현실 때문에 이행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에 단순히 결혼과 출산에 목적을 두기보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출산에 대한 이상과 현실 간의 간극을 줄여주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 정책이 단순히 국민이 일하게 하는 차원이 목표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질 높고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결혼과 출산 정책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 문제, 즉 일터와 가정 서로 다른 두 영역에서의 역할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화시키는 것도 문제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의 역할 충돌을 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자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근로시간 단축, 원격근무제 등 여러가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왔다.


최 교수는 ‘탐욕스런 일자리(Greedy Work)’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단순히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만이 문제가 아니라 많은 청년들이 지향하고 있는 관리직 전문직 등 고소득 직종이 탐욕스런 일자리라는 사실도 문제”라며 “이런 직종의 특징은 높은 밀도로 불규칙한 일정에 대해 장시간 일하기를 요구하는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런 성격의 일자리를 가진 상황에서 동시에 양육의 책임을 진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최슬기 교수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아 DB

최슬기 교수는 “일과 가정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남녀 중 한쪽만이 이 부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이 문제는 남성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독박 육아를 깨뜨리고 부부 두 명의 역량으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독일, 북유럽 등은 '남성육아휴직할당제'를 도입하면서 남성들이 이 기간을 통해 육아를 경험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우리 사회에 이를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지 정부와 전문가들이 그간 지속적으로 정책 제안을 해왔다.


최 교수는 “이 제도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자신의 권리로서 당당하게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려면 '휴직'보다는 '휴가' 형태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여진다”며 “이 기간 동안에는 소득 감소가 없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대체 인력 없이 운영 가능한 최대한의 시간 휴직을 할 수 있고 또 이런 역할 형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현재 배우자출산휴가 10일을 30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육아휴직 제도가 잘 돼있지만 증소기업들은 이런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에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있어야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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