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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처리 이후가 더 혼란


입력 2023.02.25 07:07 수정 2023.02.25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재명, 비명계 당근으로 끌어안기 제스처

체포동의안 가결되든 부결되든 민주당은 큰 혼란

민주당 지지율은 지속해 하향 추세

이 대표 거취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에 빠질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에 대해 청구된 검찰의 구속영장 등과 관련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는 27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여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비명계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나고,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혹 해명에 나서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공천은 걱정 말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지지자들에게는 비명계를 일컫는 ‘수박’이라는 용어가 ‘상처를 주는 단어’라며 ‘안 썼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하고, 의원총회에서는 이들로부터 문자폭탄을 받은 의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다분히 비명계를 끌어안으려는 제스처다.


그런 노력의 결과인지, 그동안 이 대표에게 비판적이었던 비명계에서도 부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비밀투표이고, 이 대표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못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표결 이후에 민주당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그 책임은 비명계가 함빡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게다가 영장이 기각된다면 친명계와 강성지지층을 중심으로 찬성표를 던진 의원 색출, 출당 등을 요구하며 비명계를 공격할 게 뻔하다. 이와 반대로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비명계를 중심으로 대표직 사퇴를 압박하는 등 거세게 반격할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 의원들이 일치단결하여 부결시킨다면 당의 결속력과 이 대표의 위상은 일단 강화되겠지만, 국민적 비판은 더욱 커지고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은 지속해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고, 급기야 2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2020년 7월 이래 가장 낮은 26%까지 떨어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결과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참으로 궁색하게 들린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처럼 속절없이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민주당은 대정부 공격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대표가 ‘국가 권력 갖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냐’라며 윤 대통령을 직격한다든가 검찰 수사를 ‘오랑캐 침략’에 빗대는 등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는 걸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을 반전시킬 카드가 여의찮을 것 같다. ‘김건희 특검’은 식상한 메뉴가 되어 버렸고, 현재의 국민 여론상 ‘검찰독재 규탄 대회’ 등 장외투쟁도 민주당의 방탄 이미지만 강화시켜줄 뿐이다.


이에 비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사건은 줄줄이 남아있다. ‘백현동 개발 의혹’,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이 수사하고 있어 검찰은 언제든지 이 대표를 소환하고,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


3월부터는 지난 대선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선거법 위반사건으로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처럼 이 대표 관련 의혹 기사가 연일 언론을 도배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른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선거 양상을 보면 소속 정당의 지지율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중앙선관위의 ‘제21대 국선 유권자 의식조사’에 의하면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한 기준은 ‘소속 정당’이 41.9%, ‘인물·능력·도덕성’이 24.6%, ‘정책·공약’이 20.7% 등 이었다. 소속 정당의 지지율이 낮으면 당선 가능성도 작다는 의미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민주당 의원들이 자당의 지지율이 지리멸렬한 상황을 방관할 리 없다. 비명계나 중도적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건 상식적 판단이다.


최근 비명계의 협조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뒤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직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민주당이 처한 난국을 원만하게 돌파할 나름 묘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어 당내 장악력을 잃게 될 것을 뻔히 아는 이 대표가 과연 그 두꺼운 방탄조끼를 순순히 벗을지 의문이다.


만약 이 대표가 끝끝내 대표직을 고수하는 상황이 된다면 민주당은 심각한 내홍에 빠져 결국 분당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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