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3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중 78%가 N수생…합격자 중 반수생도 다수
SKY 대학서 매년 1000명 이상 중도탈락자 발생…자연계열 대학생 3배 더 많아
대학생 "반수 해서라도 의대 가겠다는 학생들 계속 늘어…의대 정원 늘리면 반수생도 늘 것"
학원가 "고3들, N수생·반수생에게 의대 빼앗길 확률 높아…킬러문항 빠져 수능 부담도 줄어"
정부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모집 정원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SKY'(서울·고려·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 N수생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원가에서는 이미 SKY 대학에서만 매년 1000명 이상 중도탈락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의대 대이동'은 더욱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의료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정부는 오는 19일 의대정원 확대 규모와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대정원 확대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5년도 대학입시부터 적용되며, 2006년 이후 19년 만이다.
2024학년도 전국 39개 의대의 신입생 모집 인원은 총 3016명이다. 수시 1872명, 정시 1144명이다. 의대 정원 1000명이 늘어나면 현재 정원보다 모집 인원이 약 33% 늘어나는 셈이다.
교육계는 이번 의대 정원 확대로 대학에 재적 중인 반수생들의 '의대 블랙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의대 합격자 중 'N수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대학생들이 반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N수생들은 실전 수능을 치러본 경험이 있어 자신이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보강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현재 고3 학생보다 잘 알고 있고, 비교적 약했던 부분만 보강해 의대 진학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에 제출한 '2020~2022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의대(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9개 국립대와 9개 수도권 사립대 의대) 정시 최초합격자 중 N수생 비율은 78.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N수생 중에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반수’를 한 대학생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KY 대학에서는 매년 1000명이 훌쩍 넘는 중도탈락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도탈락자의 2/3는 자연계 학과 학생으로 나타났다. 중도 탈락은 자퇴했거나 미등록, 학사경고 등의 이유로 제적당한 경우를 뜻한다.
지난해(2022년) 기준 SKY 중도탈락자는 1874명이다. 이 가운데 75.8%인 1421명이 자연계 학과 학생이었다. 인문계(453명)에 비해 3.1배나 더 많았다. 학교별로도 지난해 서울대 중도탈락의80.6%(275명), 고려대 76.4%(653명), 연세대 72.7%(493명)가 자연계 학생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SKY 자연계 중도탈락자는 2020년 893명, 2021년 1096명, 2022년 1421명으로 3년 새 528명(59.1%)이나 늘었다. 서울대 자연계만 보더라도 2020년 174명에서 지난해 275명으로 3년 새 101명(58.0%)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SKY 재학생 가운데 자연계열 중도 탈락자의 대부분은 의·약학계열 진학으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문계열 또한 이과 전향을 통해 의·약학계열 진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세대 화공생명공학부 재학생 A(23) 씨는 "우리 과만 하더라도 반수를 해서 의대에 가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도 우리 과에서 신입생 자퇴율이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학년이 100명 정도인데 20명 정도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공계 쪽으론 더 이상 갈 데도 없으니 의대로 몰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재학생 B(21) 씨는 "최근 의대 증원 소식이 전해진 뒤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 교내게시판에 반수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다"며 "내가 속한 생명공학과는 과 특성상 반수를 통해 의대에 가는 경우가 잦다. 반수에 성공하든 못하든 한 번씩은 시도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학기 한 학기 할 때마다 동기들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어떤 동기는 (반수에 실패하고) 다시 복학을 하기도 한다"며 "교수님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의예과 C(22) 씨는 "코로나 시기에 특히 SKY에서 넘어온 반수생이 많았던 것 같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며 "의대 신입생은 현역보다 N수생, 반수생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면 그만큼 반수하는 학생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내년 수능에서 현역 고3 수험생들은 사실상 수시를 빼면 N수생이나 반수생들에게 의대 입학 자리를 빼앗길 확률이 높다"며 "킬러문항도 빠졌기에 수능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영향도 크다. 반수생들의 기대심리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수능에서는 SKY 뿐만 아니라 카이스트에서도 (학생들의) 이동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반수생은 1학기만 마치고 2학기 휴학을 하고 학원을 등록하지만, 현재 분위기상 대학생들이 1학기를 등한시하면서 의대 준비를 할 가능성도 높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