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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비' 쏙 빠진 서울시의 난자동결비 지원…취재 시작되니 부랴부랴 '급선회'


입력 2023.10.25 05:04 수정 2023.10.25 05:04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9월부터 시작된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 난자동결 시술 비용 지원, 동결비 빼 먹어 '빈축'

서울시 관내 모든 산부인과 병원에 통일된 기준 적용하지 않아…미비한 행정지도 탓

데일리안 취재 시작되자 병원 입장 바꿔…"동결비 관련 별도 추가 상세 내역 발급 예정, 지원 가능"

서울시 "동결비 안에 보관료 포함시켜 문제 발생…동결비 확인서 병원서 보내 주면 추가 지급할 것"

서울시가 지난 9월1일부터 '서울 난자동결 시술비용 지원'을 시작했다.ⓒ서울시 제공

#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33)씨는 지난달 1일 난자동결 시술을 받기 위해 강남의 A병원을 찾았다. 시술비용 부담이 크지만 A병원이 산부인과 쪽으로 워낙 유명한데다가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난자동결 시술 비용으로 최대 200만원을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내린 결정이었다.


김씨의 전체 난자동결 시술 비용은 약 450만원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13일 김씨가 시로부터 지급받은 난자동결 시술 비용은 164만여원이었다. 김씨는 난자 동결비 40만원을 제외한 330만원의 사전 검사비와 시술 비용의 50%만 지원받은 셈이다.


김씨가 A병원에 항의하자 병원 측은 "지난 5년 동안 난자를 동결할 경우 '동결비'와 '보관비'를 별도 코드로 분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술자가 난자 동결을 했더라도 동결비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시가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발표한 '난자동결 시술비용 지원' 정책이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시의 '난자동결 시술비용 지원' 사업은 당장 계획은 없지만 장래에 임신과 출산을 희망하는 가임기 여성을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서울시에 거주한 지 6개월이 지난 20~49세 여성 300명이다. 시는 임신과 출산을 염두에 여성에게 난자 채취를 위한 사전 검사비와 시술비용의 50%(최대 200만원)를 지원한다. 보관료, 입원료, 난자채취와 상관없는 검사비는 제외이고 올해 9월 1일부터 받은 시술에 적용된다.


그런데 24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시가 지난 달부터 이 정책을 시행 함에 있어 '동결비'가 제외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속출해 해당 여성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관내 모든 병원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행정지도가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특히 시에서 정한 기준이 버젓이 있음에도 병원 측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바람에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달 시는 난자동결 시술 비용 지원 사업을 시작하며 난자 채취를 위한 사전 검사비 및 시술비용의 50%를 2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겠다고 분명히 공표했고, 시술비에는 난자 동결비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앞선 A병원의 경우 비용 분류 코드가 다르다는 이유로 김씨는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단기 프로그램은 분리 돼 있지만 5년 프로그램은 환자들의 동결비 부담을 줄이고 편의를 위해 코드가 분리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난임 문제에 대해 간담회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시 제공

김씨는 "서울시는 A병원에서 동결비와 보관비 코드를 분리해주지 않는 이상 절대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며 "A병원이 산부인과로는 수위를 다투는 곳이라 많은 여성들이 찾고 있는데, 그럼 이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시에서 정책을 발표했고 그 정책이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확인해야 할 의무 역시 서울시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하고, "병원의 분류코드에 따라 시의 정책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A병원과 서울시는 데일리안의 취재가 시작되자 동결비를 지원해주는 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A병원 관계자는 지난 18일 "코드가 분리돼 있지 않은 경우 서울시에서 지원이 불가하다고 해서 동결비와 관련된 별도 추가 상세 내역을 발급해 드릴 예정"이라며 "이 내역을 제출하면 지원받는 것에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도 "재단에 이제 난자동결 지원금을 신청한 분들을 대상으로 전날(23일)부터 안내를 시작해 오늘(24일) 다 안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시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서울시 기준 지침 상 보관료는 지원하지 않는데 A병원의 경우 동결비 안에 보관료를 같이 포함시키고 있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며 "A병원 측에 동결비와 보관비 코드 분류를 하지 않으면 시에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다른 병원의 경우에는 이런 특이사항이 없었다. A병원 측에 보관료에 대해서는 지원이 어려우니 동결비를 별도로 분류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지난 8월부터 사전 협의를 계속 해오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민들이 불편해 하는, 이런 상황이 마음이 아프다"며 "지원을 해드려야 되는 게 맞다. A병원에서 동결비 확인서를 보내주면 추가 지급을 해드리겠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자 동결비 지원 정책 발표와 시행에 앞서 어떤 병원에서든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공통된 기준 적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서울시의 책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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