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대전고법원장, 해박한 법리·공정한 재판 정평…'보수 성향 원칙주의자' 평가
1988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 임관…한명숙 항소심 담당, 무죄 원심 파기하고 징역 2년 선고
국정농단 연루 이재용 부회장에 항소심서 집행유예 4년 선고…후속 심리서 2년 6개월 실형 가중
'보수 성향' 정형식 임명시 헌법재판소 지형 변화…'진보 우위' 구도→'중도·보수 우위' 구도
정형식(62) 대전고등법원장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정 후보자는 해박한 법리와 공정한 재판으로 정평이 난 법관으로 법원 내에서는 '보수·원칙주의자'로 통한다. 보수 성향의 정 후보자가 취임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 우위를 유지해 왔던 헌재 재판관 구도는 중도·보수 우위 구도가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의 후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정 고등법원장을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자질과 덕목, 법조계의 신망을 두루 갖추고 있어 헌재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는 재판관으로서 더없는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1961년생인 정 후보자는 서울 태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8년 사법연수원을 17기로 수료했다. 같은 해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가정법원, 서울민사지법, 창원지법 진주지원, 서울지법, 서울지법 동부지원, 수원지법 성남지원, 서울고법 판사 등을 지냈다. 2001년부터 2년간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다.
이후 청주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대전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수원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올해 2월부터 대전고법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보수 성향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료 법관들 사이에서는 ‘산신령’, ‘선비’ 등으로 불린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적 이목을 끈 판결도 여러 건 남겼다. 대표적 판결로는 2013년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이 있다. 당시 정 후보자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는데,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8년 2월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을 맡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당시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파기됐고, 후속 심리 끝에 징역 2년 6개월 실형으로 가중됐다.
이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충실한 분으로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분은 아니라고 들었다”며 “청문회 등 과정도 있으니 (앞으로) 국회와 국민 앞에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10일 임기를 마친 유 전 헌재소장 퇴임 전까지 헌재 재판관은 진보 5명(유남석 이은애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보수 1명(이종석), 중도 3명(이영진 김형두 정정미)으로 진보 인사가 더 많았다. 정 후보자가 임명되면 진보 4명, 보수 2명, 중도 3명으로 중도·보수 우위 구도가 된다.
헌재 재판관 9명은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한다. 대통령이 지명한 헌재 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본회의 인준 표결 없이 바로 임명할 수 있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 몫으로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