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민주당 후보와 경쟁 속 599표 차 당선
"이제 마포 정치가 다시 앞으로 나갈 기회 얻어"
"교만하지 말고 마포 섬기란 명령으로 받들겠다"
4·10 총선 서울 한강벨트 마지막 격전지였던 서울 마포갑에서 역전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표차는 단 599표다. 앞서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이지은 민주당 후보가 52.9%, 조정훈 후보가 43.5%로 조사되며 9.4%p로 이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예측됐으나, 막상 실제 승부에선 결과가 뒤집혔다. 조정훈 후보는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된 개표 끝에 막판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40년 동안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노웅래 민주당 의원 부자가 장악했던 '지역 정가 장악'의 고리를 끊고 마포의 정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게 됐다.
조 후보는 11일 오전 2시 55분 우레와 같은 함성과 지지자들이 뿌리는 꽃비 속에 서울 마포구 대흥역 인근의 캠프에 등장했다.
현재 서울 마포구갑 개표가 99.97 % 완료된 가운데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는 48.30%(4만8341표)로 47.70%(4만7742표)를 얻은 이지은 민주당 후보를 599표 차이로 꺾었다.
이와 관련 조 후보는 "쉽지 않은 선거였다. 새벽 2시 30분이 넘어서야 결정이 나고, 1000표가 안 되는 차이로 우리가 승리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마포의 정치가 다시 앞으로 나갈 기회를 얻었다. 지난 40년 동안 멈춰있던 마포의 정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마포구 유권자 여러분의 명령을 받들도록 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마포갑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4선을, 노 의원의 아버지인 노승환 씨가 5선 국회의원과 재선 구청장을 지낸 곳이다. 앞선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 소속 박명환 전 의원이 14~16대 내리 3선을, 17대에는 노 의원이 금배지를 가져와 원내에 입성했다. 그 뒤 18대에 강승규 한나라당 전 의원이 탈환을, 그러다 19대에 다시 노 의원이 의석을 빼앗아와 20·21대 의원까지 지내며 4선 고지(17·19·20·21대)에 오른 곳이다.
이날 조 후보는 "이렇게 근소한 차이로 이기게 해 주셨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힘과 조정훈이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마포를 섬기라는 명령으로 알고 받들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기쁨도 잠시인 것 같다. 우리 국민의힘의 의석수를 보면 22대 국회가 결코 만만치 않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는 이번 총선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 여러분들에게 만족하는 후보와 공약을 제시 못했다는 생각이다. 일당백을 하도록 하겠다"라는 포부도 밝혔다.
이어 "22대 국회서 재선의원으로서 국민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우리 정부가 나아갈 수 있도록 내가 혼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마포갑에서 나 조정훈과 국민의힘을 선택해 주신 모든 유권자 여러분, 그리고 나를 선택해주지 않으셨지만 나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신 14만 마포구 주민 모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라고 했다.
열화와 같은 박수가 끊이지 않는 '조정훈'이란 외침이 캠프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일부 지지자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다.
조 후보는 이번엔 언론 카메라를 등지고 지지자들을 바라보면서 "559, 명심하도록 하겠다. 생각보다 (민주당 야성의) 뿌리가 깊었던 것 같다. 간신히 우리가 이 나무를 파낼 수 있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조 후보는 "내가 마포에 첫발을 디딘 지난 가을부터 이번 4월 11일까지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마포에서 뭘 하고 싶은지, 마포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은지, 여러분의 충언과 조언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나도 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조 후보는 "우리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한 것을 다들 기억하느냐. 12번이나 했다. 그 정신과 그 마음, 아마 그때 다닐 때 우리를 봐주신 분들이 한 599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도 했다.
나아가 "이제 마포는 새로운 정치를 선택했다. 하지만 큰 차이가 아니고, 599표 차이로 선택하셨다. 기회는 주는데 아직 믿음직스럽지는 않다는 아주 솔직한 평가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잠깐 기뻐하고, 빨리 전열을 정비해 일을 하자"라고 했다. 조 후보는 "우리가 선거 기간 동안 그렇게 외친 일하는 정당, 실력 있는 후보가 무엇인지 우리 마포구민 여러분들께 정말 실질적으로 보여드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후보는 마포갑에 둥지를 틀며 '좌와 우를 넘어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번 총선의 상징성을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규정해 왔다. 이의 연장선에서 조 후보는 '이재명의 민주당' 체제의 강화와 '조국혁신당' 돌풍 속에서 이들과 전쟁을 치러 승리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한강벨트 '마포갑'에서 치열한 승부 끝 재선 고지에 오르게 된 조 후보는 22대 국회에서 이조(이재명·조국) 세력과 자신의 전쟁이 펼쳐질 것이고, 여기에서도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조 후보는 총선 전날이었던 지난 9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파이널 유세에선 "내일(10일) 우리 국민의 힘과 상식 그리고 정의가 이겼다는 것을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나 조정훈, 마포갑에서 반드시 살아오겠다"고도 단언한 바 있다.
1972년생으로 서울 출신인 조정훈 후보는 연세대학교를 졸업, 하버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사를 거쳐 국제금융기구 세계은행에서 15년간 근무한 재원이다. 조 후보는 미국과 나이지리아·인도·이스라엘 등에서 경제개발과 포용적 성장,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정책을 연구한 경제 전문가 출신이기도 하다. 해외 각지에서 경험을 쌓으며 국제 협상에 참여하는 경제통으로 성장했고, 2014년에는 우즈베키스탄 세계은행 사무소 대표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원내에는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등원했다. 국민의힘에 영입되기 전에는 시대전환의 유일한 의원이었다. 이번에 마포갑 탈환에 성공, 재선에 성공하며 국민의힘 '789(70·80·90년대생) 세대'의 대표주자로도 발돋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