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통역사 도박 가담’ 의혹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한국시각)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세청을 비롯해 국토안보부, 법무부 캘리포니아 중앙검찰청이 오타니의 전 개인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사건을 조사 중이다. 미즈하라는 유죄를 인정했고, 형량을 낮추는 사전형량 조정 협상 중이다.
뉴욕타임스의 이번 보도가 나오면서 오타니의 도박 개입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
검찰은 미즈하라가 도박 빚으로 알려진 450만 달러(약 61억3000만원)보다 많은 액수를 오타니의 계좌에서 훔쳤고, 오타니가 계좌 간 거래 알림을 받지 못하도록 미즈하라가 계좌 설정을 바꾸는 것이 가능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타니가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 형량 협상은 사실상 모든 혐의를 인정했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오타니가 “나는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전혀 몰랐고, 미즈하라가 내 돈을 훔쳤다”고 한 증언이 사실로 굳어지고, 오타니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으로 진 빚을 갚으려 오타니 계좌에서 돈을 빼내 도박업자에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달 ‘MLB 서울시리즈’ 기간 해고됐다.
파장은 컸다.
오타니와 가족처럼 지냈던 미즈하라는 지난달 미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불법 도박을 했다. 이 사실을 오타니에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오타니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내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줬다”고 밝혔다.
오타니가 불법 도박 세력에게 돈을 건넸다(이체)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것을 파악한 미즈하라는 또 다른 인터뷰를 통해 “오타니 몰래 계좌에서 내가 송금했다”고 말을 바꿨다.
현실적으로 60억 가까이 되는 돈을 오타니 본인 모르게 송금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졌고, 오타니를 향한 의구심도 커졌다. 이후 오타니는 질의 응답 시간 없이 취재진 앞에서 “결코 불법 도박을 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미즈하라 진술의 신빙성과 별개로 오타니가 불법 도박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오자 미국 프로야구판이 발칵 뒤집혔다. MLB 사무국은 야구 종목에 도박한 선수에게 불법·합법을 떠나 1년간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다.
공교롭게도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타니의 성적도 좋지 않았다. AL MVP(만장일치)에 선정된 지난 시즌 홈런왕(44개)에 등극했던 오타니는 8경기를 치르는 동안 홈런이 1개도 없었고, 타율도 2할대 초반에 그쳤다. MLB 데뷔 이래 가장 좋지 않은 스타트였다.
미즈하라가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으면서 절도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사건은 마즈하라 개인의 일탈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