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자처했던 이철규, 출마자 나오면서 '불출마'로 선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대세론' 속 독주 체제를 굳혀가던 '찐윤' 이철규 의원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중진의원들의 기류가 '포기'→'도전'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경기 이천에서 3선에 성공한 송석준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 첫 공식선언을 했고, 대구경북(TK)의 추경호 의원, 충청의 이종배·성일종 의원 등이 출마를 고심 중이다.
이철규 의원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출마와 관련 "나한테 (출마를) 권유한 분들은 계시다"면서도 "다른 사람들 찾아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초 3일로 예고했던 원내대표 선거를 '구인난' 속 9일로 연기했다. '이철규 대세론'에 출마에 나선 의원들이 없었고, 이 의원도 당내 '비토론'이 있는 상황에서 단독출마로 '추대'되는 모습을 부담스러워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안철수·윤상현 등 수도권 중진의원들이 '이철규 불출마'를 주장해왔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했고, 대통령실과 친윤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있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나서면 민심과 더 멀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철규 비토론'이 더욱 힘을 받게 된 것은 지난달 30일 배현진 의원이 페이스북에 "지금은 반성과 성찰, 염치와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더 이상 민심을 등지고 지탄받을 길을 일부러 골라가지 말자"고 이 의원의 불출마를 공개 촉구한 이후부터다.
배 의원과 함께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김태흠 충남도지사 등도 이 의원을 향해 '불출마'를 종용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이 의원이 불출마를 결정했다는 복수의 언론보도가 나오자, 이 의원은 침묵을 깨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낭설'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을 하거나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불출마설을 에둘러 부인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출마해서) 악역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그렇지만 불출마해달라, 이런 얘기를 한 사람은 우리 집 아내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이철규 대세론'에 제동을 걸자, 출마를 주저하던 3선 의원들의 기류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송석준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내가 출마선언을 가장 먼저 한 건 동료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원내지도부가 구성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선 "총선 (참패의) 책임을 한 분에게 돌리는 건 무책임하다. 이 의원만 안된다는 주장은 위험한 시각"이라고 옹호했다.
송 의원 외에 TK의 지지를 받는 추경호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전날까지도 출마를 고심했으나, 송 의원을 시작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경선에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는 '악역'을 자처했지만, 후보자들이 나타나면서 본인이 '비토론’을 안고 원내대표에 도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이날 3선에 성공한 재선 의원들은 본회의 직후 모여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철규·송석준·추경호 의원 등이 모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