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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4000억 세기의 이혼'…최태원·노소영 재판일지 [뉴스속인물]


입력 2024.06.01 15:48 수정 2024.06.02 07:10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재벌총수의 장남과 대통령의 딸, 1988년 '세기의 결혼'…최태원, 2015년 돌연 이혼 요구

별거 끝에 이혼 공방 시작…盧, 위자료 3억 및 최태원 보유 SK 주식 절반 재산분할 요구

1심 "崔 보유 SK 주식 '특유재산', 분할 대상 아냐"…위자료 1억 및 현금 665억 지급 판단

2심 "盧에 위자료 20억 및 1조3808억 지급하라"…최태원 측 "대법원에 즉각 상고할 것"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왼쪽은 법정 출석하는 최 회장, 오른쪽은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노 관장. ⓒ연합뉴스

'세기의 이혼'으로 주목받은 최태원(63)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이 마무리됐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기존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액수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법원이 판결한 재산 분할 금액 1조3808억원은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이번 재산 분할은 전례가 없는 규모로 '세기의 이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최태원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2003년 모습.ⓒ연합뉴스

고(故) 최종현 SK선대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중 만나 인연을 맺었으며,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당시 결혼식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관장의 은사인 이현재 당시 국무총리의 주례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재벌총수의 장남과 대통령의 딸의 만남으로 '세기의 결혼'이라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최 회장은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면서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 사이에서 낳은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며 이혼 의사를 밝혔다.


이후 두 사람은 별거를 이어갔으며, 최 회장의 이혼 요청에 노 관장은 계속 응하지 않았다. 결국 2년 뒤인 2017년 7월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2018년 2월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으로 번졌다.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9년 12월 노 관장이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내면서 두 사람의 법정 다툼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절반 수준인 약 650만주(약 1조원)에 대한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2015년 12월 최태원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심경을 털어놓은 편지 전문.ⓒ연합뉴스

2020년 4월7일 1차 변론기일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2022년 10월18일 총 11차 변론기일의 소송 절차를 밟았다. 2022년 12월 1심 법원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1심 법원은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은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증여·상속받은 SK 계열사 지분이 기원인 '특유재산'이라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 보유 SK㈜ 주식 중 50%는 인정하지 않았다.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노 관장은 판결에 불복해 즉시 항소했다. 노 관장은 2심에서 재산 분할 형태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꾸고 금액 또한 1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변경하고 요구 위자료도 30억원으로 올렸다. 그러면서 1990년대에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약 343억원이 최종현 전 회장과 최 회장에게 전달됐으며 1992년 증권사 인수, 1994년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다며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1심 이후엔 양측의 장외 공방도 거세게 오갔다. 지난해 3월 노 관장은 김 이사장을 상대로 약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유부녀인 김 이사장이 상담 등을 빌미로 최 회장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부정행위를 지속하고 혼외자까지 출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회장은 "노 관장과의 혼인관계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완전히 파탄 나 있었다"며 "재산분할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해 일방적 입장을 언론에 이야기한 것"이라고 맞섰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결과와 관련해 대법원에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이며, 비공개 가사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6공화국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 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무엇보다 거짓말이 난무했던 사건이었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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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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