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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된 객석, 객석이 된 무대 [D:헬로스테이지]


입력 2024.06.06 10:43 수정 2024.06.06 10: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이머시브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은 함께 관람하는 다른 사람들에 따라 공연의 완성도나 재미가 달라질 수 있고, 자신의 참여도에 따라 얻어갈 수 있는 경험도도 다르다. 즉 이미 티켓 값을 지불했다고 하더라도 보통의 공연과 달리 이후의 몫을 온전히 배우와 무대에만 넘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이 지점이 이머시브 공연이 갖는 치명적인 매력이기도 하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에겐 이것보다 더 가치 있는 공연이 있을까.


ⓒ쇼노트

국내에서도 다양한 이머시브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각 공연이 가진 관객 참여도나 형태는 각각 다르지만, 작품에 따라 각자의 특색을 살린 이머시브 열풍이 불면서 국내 관객들에게도 경험을 안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배우와 관객이 어울려 공연하는 이머시브 형식을 가장 잘 살려낸 무대라는 호평을 얻었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그레이트 코멧’(2024)은 지난 2021년 초연의 아쉬움을 말끔히 달랬다. 초연 당시 ‘그레이트 코멧’은 개막을 한 차례 연기한 것에 이어 원래 예정됐던 공연 중 배우의 동선도 소극적으로 변경했다. 본래 공연장 로비부터 관객들이 직접 관객을 맞이하고 공연 내내 객석 사이를 누벼야 하지만, 안전을 위해 동선을 최소화한 것이다. 또 배우들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음료를 나눠 마시는 등의 퍼포먼스 등의 장치도 모두 제외됐다.


이번 시즌에서는 1막 시잔 전 진행되는 ‘프리쇼’부터 앙상블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춤을 추며 호흡했다. 공연 중에도 관객은 또 다른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한 예로 극중 인물들이 아나톨의 러브레터를 나타샤에게 전달하는 2막 첫 넘버인 ‘LETTERS’에서 아나톨의 손을 떠나 인물들의 손을 거치고 거친 편지는 관객들의 손에까지 닿는다. 그 중 한 관객이 나타샤에게 러브레터를 전해주는 마지막 메신저가 된다. 갑작스럽게 사랑의 큐피드가 된 관객은 배우들의 손에 이끌려 무대 위로 올라가 편지를 전달한다.


ⓒ쇼노트

객석의 관객이 배우가 되는 것으로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액터 뮤지션’인데, 이들은 말 그대로 연기와 춤 그리고 악기 연주를 겸하는 배우 겸 연주자다. 아코디언, 바이올린, 비올라, 클라리넷, 기타 등 다섯 파트로 나눠져 있는 다섯 액터 뮤지션은 앙상블 배우들고 함께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관객들 사이를 누비며 현란한 연주와 안무, 연기까지 동시에 해내는데 그들이 주는 압도적인 ‘흥’이 이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은 미국 공연계에서 주목받는 작곡가 겸 극작가 데이브 말로이가 연출가 레이첼 챠브킨과 손잡고 톨스토이의 대작 소설 ‘전쟁과 평화’ 가운데 제2권 5장을 바탕으로 만든 성스루(sung-through·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 뮤지컬이다. 원제는 ‘나타샤,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위대한 혜성’이다. 중심인물인 나타샤와 피에르가 여러 곡절과 시련 끝에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을 담는다.


피에르 역엔 하도권·케이윌·김주택, 나타샤 역엔 이지수·유연정·수빈, 아나톨 역엔 고은성·레오·셔누, 소냐 역엔 효은·김수연 등이 열연한다. 6월 16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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