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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나가는 기업들, 기업 내쫓는 노조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4.07.08 07:00 수정 2024.07.08 07:0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기업 해외 생산기지 확장 러시

시장 개척 발판…국내 사업 환경 악화도 한 몫

노란봉투법 추진에 강성노조 득세…산업 공동화 우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이 3일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KNIC)에 위치한 HLI그린파워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EV 생태계 완성 기념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HLI그린파워의 배터리셀을 탑재한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1호차에 서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난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상당히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가 아닌 동남아시아의 두 국가를 향한 발언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일 방한한 팜 민 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의 성공은 곧 삼성의 성공이고, 베트남의 발전은 곧 삼성의 발전”이라며 “디스플레이 분야에 투자할 예정으로, 향후 3년 후에는 (베트남이)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이 회장의 발언을 관보에 소개하며 그가 보여준 ‘비전’에 큰 기대를 표했다.


이튿날인 3일에는 정의선 회장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맘을 설레게 했다. 현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EV 생태계 완성 기념식’에 참석한 그는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의 완공과 코나 일렉트릭 양산은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가 함께 이룬 협력의 결실이며, 전기차 생태계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인도네시아 전기차 산업의 활성화는 동남아시아 전체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합작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 준공식’과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의 ‘코나 일렉트릭 양산 기념식’을 겸했다. 배터리셀 공장이 준공되고 여기서 공급되는 배터리를 장착한 완성차 양산까지 이뤄졌으니,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 EV 생태계를 만들어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전자‧IT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두 기업의 총수가 해외에서 환영받으며 국위선양을 한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팜 민 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가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트남 관보 VGP 캡처.

기업의 투자는 제로섬 게임이다. 투자 여력에 한계가 있으니 한쪽에 투자가 몰리면 다른 쪽은 위축될 여지가 다분하다.


우리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며 일자리와 경제효과를 극대화하면서 해외 시장은 수출로 대응하는 방식이겠지만, 그걸 강제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뿐 아니라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지화를 통한 시장 친화력 확대, 물류 측면의 이점, 저임금 노동력, 각국의 무역규제 회피 및 투자유치 정책 활용 등 이점은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우리가 통제 불가능한 것들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해 국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규제특례와 인센티브 등 각종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기업 활동에 불리한 여건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탈(脫)한국’ 배경 중 하나인 노조의 득세는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노동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야당들은 22대 총선에서의 대승에 보답하기 위해 21대 국회 시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압도적인 의석을 앞세워 국회 통과를 강행할 기세다.


새 노란봉투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고, 누구나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근로자로 추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영업자와 하청업체 근로자를 비롯한 모든 이가 노동조합을 조직해 사실상 모든 의제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대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게 돼, 상시적으로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판이다.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이전 노란봉투법처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아예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가뜩이나 강성노조의 폭력과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 산업현장을 무법천지로 만들 법안이다.


이용우(앞줄 왼쪽 다섯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야당 공동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이 의원. ⓒ뉴시스

강성노조를 대표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는 10일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외부 지원에 나선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0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벌인다.


금속노조의 핵심인 현대차지부는 올해도 막대한 금액의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교섭을 결렬시키고 10~11일 파업을 예고했다. 매년 그래왔듯이 올해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나눠줄 것을 요구했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인 금속노조 기아지부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요구안을 내놨다.


근로자들이 회사 실적 달성에 크게 기여했으니, 순이익, 혹은 영업이익의 30%를 근로자의 몫으로 떼 줘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 주장이 당위성을 얻으려면, 한국에 근무하는 금속노조 현대차‧기아 지부 근로자들 뿐 아니라 미국, 브라질, 멕시코, 인도, 체코, 슬로바키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법인 근로자들에게까지 나눠야 하지만, 그런 사실은 애써 숨긴다.


중소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챙긴답시고, 자동차의 생산 과정에서 그들의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내에만 수천 개에 달하는, 해외까지 치면 수만 개의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까지 순이익‧영업이익 30%를 산산 조각내 나누자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5월 29일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2% 가량을 조합원으로 거느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대표성을 지닌 노사협의회에서 도출된 임금인상안을 거부한 채 ‘삼성 파업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달 그나마 온건한 방식인 ‘연차 파업’으로 포문을 연 뒤 8일부터는 제대로 된 ‘무노동 무임금’ 파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파업 명분으로는 연봉협상 미서명 조합원 855명에 대해서만 임금인상률을 높여달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과거 노사간 줄다리기 없이도 국내 최고 대우를 자랑하던 기업이 노조가 생기면서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한때 ‘노사민정 상생’을 상징하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도 금속노조가 끼어들며 ‘투쟁의 장’으로 변했다. 계획에 없던 일자리 새로 만들 테니 당분간 절반의 임금이라도 받고 와서 일하겠느냐는 지방자치단체의 제안에 응했던 이들이, 막상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자 노조를 만들고 금속노조를 끌어들여 임금을 올려달라며 투쟁을 외친다.


이런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노조의 행태는 앞으로 한국에 새로운 완성차 공장이 설립될 여지는 털끝만큼도 없다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주고 있다.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을 기업 없이 근로자는 존재할 수 없다. 근로자가 없다면 노조도 있을 수 없다. 우리 땅에서 기업을 내쫓고 산업 공동화(空洞化)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노조는, 그리고 근로자들은 누굴 상대로 투쟁을 외칠 것인가.


혹시라도 자신들의 세대에는 원 없이 뽑아먹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후대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생각은 아닌지, 일자리가 없어 고통 받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맞물려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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