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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 때 코인 못 팔아 1.5억 손해"…법원 "거래소 배상책임"


입력 2024.08.07 09:09 수정 2024.08.07 09:09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투자자, '루나 사태' 직전 거래소 오입금 문제로 코인 제때 못 팔아

1억4700만원이던 코인 가치, 상장폐지 직전 99% 떨어져 560원 돼

법원 "거래소 운영사, 손해배상 책임…1억4700여만원 및 지연이자 지급"

업비트.ⓒ연합뉴스

2022년 루나 코인 폭락 사태 당시 거래소 내부 사정으로 코인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운영사를 상대로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투자자가 여러 차례 출금 요청을 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거래소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박재민 판사는 개인투자자 A씨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날 "두나무는 A씨에게 1억4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지갑에 이 사건 암호화폐를 복구해 출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채무를 부담했지만 이행을 지체했다"며 "민법상 채무자는 이행지체 중에 생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3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에 거주하던 A씨는 업비트 전자지갑에 보유하고 있던 루나 코인 1310개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본인 명의 전자지갑으로 보냈다. 바이낸스에서 매각해 그 대금을 베트남 화폐로 받기 위해서였다.


통상 암호화폐를 송금하려면 1차 주소와 2차 주소를 모두 입력해야 하는데, A씨는 2차 주소를 입력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는 A씨의 코인을 이튿날 반환했는데, 이 코인은 A씨가 아닌 업비트의 전자지갑으로 오입금됐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3월23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다. ⓒ뉴시스

A씨는 업비트에 이같은 오입금을 복구해 달라고 요청했고, 업비트는 이를 확인하고는 마침 요청 당일부터 시행된 자금세탁 방지 규칙 준수를 위한 절차를 마련한 뒤 복구해 주겠다고 답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5월 9일까지 최소 10차례 복구를 요청했지만, 업비트는 '절차를 마련해 복구해 주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윽고 그해 5월 10일 테라·루나 폭락사태가 터졌고, 송금 시도 시점에 1억4700여만원이었던 A씨의 루나 코인 가치는 상장폐지 직전인 5월 18일 무려 99.999642%가 하락한 56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사실상 '0원'이 된 셈이다.


이에 반발해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는 두나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나무는 반환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했고 복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비용과 노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폭락으로 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것으로, 이는 채무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A씨는 4월 24일 모친의 병원비가 필요하다며 루나 코인을 처분할 예정임을 알렸던 점을 보면 이행지체를 하지 않았더라도 손해가 필연적으로 발생했으리라는 두나무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전에도 2차 주소 오류로 암호화폐가 반환되는 오입금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피고는 복구를 위해 미리 직원을 배치하거나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주소를 입력해 생긴 오출금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다는 두나무의 주장에도 "그처럼 해석한다면 약관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며 배척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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