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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금투세 우려 ‘업’…자체 TF·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도


입력 2024.09.19 07:00 수정 2024.09.19 10:16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내년 1월 시행 가능성에 실무적 어려움 토로

금투세 세부 기준 변경시 ‘제로’서 다시 준비

김성환 한투證 사장, 업계 최초 폐지 의견 표명

증권사들이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에 인해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전산 시스템 구축 준비 등 대응 태세로 분주하다.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금투세 폐지와 관련 정치권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금투세 관련 자체 TF를 구성해 4개월 앞으로 다가운 금투세 시행 유예 기간 종료에 대비한 전산 시스템 구축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TF를 구성하지 않은 다수의 대형 증권사들도 금투세 시행에 대비해 기본적인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반면 중소형사들의 경우 대응 여력이 없어 대부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대형사·중소형사 구분 없이 1월까지 금투세 관련 전산 시스템 보완은 공통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자에게 20%(3억원 이상이면 25%)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여야 합의로 당초 지난해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2년 유예한 끝에 내년 1월 도입을 앞두고 있다.


증권업계가 금투세에 대비해 시스템 마련에 나서는 것은 이 제도가 투자 이익금을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증권사가 투자자별 원천징수세액을 집계해 국세청에 신고·납부를 하면 투자자는 이후 직접 세무서에 확정신고를 해 더 낸 세금을 환급받는 구조다.


증권사들은 전산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나 세율과 공제 방식 등 금투세를 둘러싼 구체적인 사안들이 정리되지 않으며 당장 내년 1월까지 실무적인 차원에서 구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업계가 당국과 국회에 거듭 전달하고 있는 사안이다.


실제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7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금투세 관련 원천징수 방식 등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 등을 직접적으로 토로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정치권이 금투세 폐지 여부를 두고 정쟁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증권사의 비용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들의 금투세 관련 컨설팅 및 전산구축에 비용은 발생 금액을 기준으로 지난 2023년까지 400억원가량이다.


향후 금투세 관련 전산 시스템 구축 비용은 추가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금투세 세부 기준이 변경돼 시행된다면 전산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투세 관련 국회 논의가 공전 상태인 가운데 향후 논의 과정에서 폐지나 추가 유예가 아닌 보완 후 시행으로 귀결될 경우 전산화 구축과 관련해 업계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업계가 금투세 폐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대학생 대상 채용설명회에서 업계에서 처음으로 금투세 폐지 의견을 내며 주목 받았다.


김성환 사장은 이 자리에서 “금투세는 부자에게 증세하는 목표지만 실상 10억원을 가진 경우 주식 비중이 10%, 1억원을 가진 경우 주식 투자가 90%”라며 “가뜩이나 국내에서 해외 주식으로 나가는데 금투세를 도입하면 1400만 주식 인구가 손실을 보고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이슈여서 업권의 고민은 계속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 시행을 바라는 증권사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금투세 폐지 여부 결정이 예상보다도 늦춰지고 있어 업계 고민도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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