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5일 만에 300만 돌파
한국 영화 형사물 시리즈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정의와 불의의 충돌, 그 속에서 펼쳐지는 강렬한 액션과 캐릭터가 이 장르의 핵심으로, 관객들에게 짜릿함과 통쾌함을 선사해 왔다.
한국 형사물 시리즈 시작은 1993년 개봉한 '투캅스'로 꼽힌다. 안성기와 박중훈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생계형 형사와 정의감 넘치는 형사의 콤비 플레이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3편까지 제작되며 형사물 시리즈의 가능성을 열었다. 영화는 정의 구현을 통한 대리만족을 제공하면서도 코믹한 요소를 가미해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형사들이 범죄와 맞서 싸우는 모습뿐 아니라, 그들만의 인간적인 고뇌와 현실적인 삶을 조명한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핵심이었다.
이후 바통을 이어 받은 건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이다. 이 시리즈는 1편과 3편에서는 형사 강철중을, 2편에서는 검사 강철중을 내세워 세계관을 확장하며, 시리즈물의 또 다른 세계를 열었다. 이 작품을 통해 설경구가 연기한 강철중은 한국 영화 형사 캐릭터를 언급할 때 아직도 회자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형사물의 성공 공식은 2015년 '베테랑'을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 '베테랑'은 정의감 넘치는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과 부도덕한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 분)의 대립을 그리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특히, 서도철 형사가 거침없이 악을 응징하는 통쾌한 액션과 사회적 부조리를 날카롭게 꼬집는 스토리가 관객들의 큰 공감을 얻으며, 1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흥행을 기록했다.
'베테랑'이 사랑받은 이유는 단순한 액션 영화의 재미를 넘어, 선과 악의 명확한 구분과 정의 구현을 통한 대리만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이 한 몫했다. 서도철 형사가 보여준 강렬한 캐릭터와 강력범죄수사단의 팀워크는 형사물의 묘미를 극대화했으며, 조태오와의 대립은 관객들에게 강한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이후 2017년 개봉한 '공조'와 '범죄도시'는 각각 남북한 형사의 협력,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소탕이라는 설정을 통해 형사물의 매력을 확장시켰다. '공조'는 남북의 긴장과 협력을 액션과 코미디로 승화, '범죄도시'는 마석도 형사의 통쾌한 응징을 통해 관객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안기며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제작된 '공조'의 속편은 2022년 추석 연휴 개봉해 6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범죄도시'는 1편 688만명, 2편 1269만명,3편 1068만명, 4편 1150만명을 동원, 시리즈 통합 4000만 관객을 달성, 형사물 시리즈의 새 지평을 열었다.
여기에 기존 형사물 공식을 진화시킨 문법으로 돌아온 '베테랑2'가 극장가 독주 중이다. 속편의 과제들이 늘 그렇듯 '베테랑'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에 고민했다. 이에 속편에서는 기존 캐릭터들의 심화된 관계와 새로운 빌런을 등장시키며 이야기의 톤은 한층 무겁고 날카롭게 다듬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단순한 정의 구현에 머무르지 않고, 사적제재, 도파민에 열광하는 대중 등이 만들어낸 현상들이 과거에는 없었던 신종 범죄를 만들어내고, 이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가리는지를 서도철(황정민 분)과 박선우(정해인 분)을 통해 펼쳐냈다.
또한,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전편보다 더욱 정교하고 화려한 액션 장면들이 등장,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줬다.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은 속편에서 전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대신, 형사물 장르의 틀을 확장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며 진화된 서사를 선보였다. 류 감독이 "이 세계관을 아끼기 때문에 모험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듯, 과감한 선택을 통해 단순한 액션 영화 이상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관객들에게도 통했다. '베테랑2'는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으로 시리즈물의 방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