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후 논란에 조기 종목 변경 카드까지 등장
11월 ETF 상장 불확실성↑…운용업계 고심
‘코리아 밸류업 지수’(K-밸류업 지수)가 종목 선정과 관련한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지며 밸류업 지수를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도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오는 11월 상장 일정이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자산운용업계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난 24일 발표한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이 연내 교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바탕으로 출시될 예정이었던 ETF도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거래소는 지수 발표 당시 시가총액 400위 이내의 시장대표성를 비롯, 수익성(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적자 배제), 주주환원(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성과 등과 함께 전체 또는 산업군 50% 이내 주가순자산비울(PBR), 산업군별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위 등 5가지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기업가치 우수기업과 조기 공시기업 등 100개 종목을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 합산 적자 기업으로 수익성 요건에 미달한 SK하이닉스와 주주가치 훼손 지적을 받은 두산밥캣이 포함된 반면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각각 ROE와 PBR 요건 미달이라는 이유로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시장에서는 지수에서 빠져야 할 종목은 포함됐고 편입돼야 할 종목은 제외됐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종목 선정 기준의 형평성과 객관성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고 이에 거래소는 지수 발표 이틀만인 지난 26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연내 조기 종목 변경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진화에 나섰다. 당초 내년 6월 실시할 계획이었던 밸류업 지수 첫 정기 변경(리밸런싱)을 올해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시 발표에 나선 양태영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시장과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를 보면서 올해 구성 종목을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하는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 불똥은 ETF를 준비해 온 자산운용업계로 튀게 됐다. 당초 거래소는 10개 안팎의 주요 대형 자산운용사들과 오는 11월 초 밸류업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밸류업 ETF를 상장하기로 협의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연내 구성 종목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출시 일정 변동 등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수가 공개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를 기초로 한 ETF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적극 추진해 온 밸류업 정책의 결정체가 밸류업 지수로 이를 기반으로 한 ETF를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밸류업의 취지가 저평가주를 재평가해서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자는데 있고 이에 맞춰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을 높이려면 저PBR주들이 많이 편입돼야 하는데 오히려 고평가주가 들어가는 것은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배당주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는 종목을 제외하고 이에 배치되는 종목들이 포함된 것은 진정한 밸류업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면 기업들이 밸류업 정책 추진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로 투자자들의 외면은 밸류업 정책을 저해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밸류업지수가 이제 스타트를 끊은 만큼 초기의 혼란만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연내 조기 리밸런싱을 두고도 당초 연 1회 시행이라는 원칙을 어긴 신뢰성 없는 조치라는 의견과 시장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적절한 관리에 나섰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지수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시장의 지적들을 반영해 좋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만 있다면 초기의 혼란은 좋은 예방 주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