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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재도약은 가능할까 [한국영화의 위상과 위기②]


입력 2024.10.24 08:10 수정 2024.10.24 08:1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희망 안보인다" VS "한국영화의 힘 쉽게 휘발되지 않을 것"

올해 들어 대형 배급사들이 신작 투자를 대폭 줄이는 등 한국영화계는 투자와 흥행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CJ ENM이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 단 한 편에만 투자한 것은 위축된 투자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 산업은 국제 무대에서 거둔 성과와 국내 시장에서의 현실 사이의 괴리 속에서 방향을 잃고 고군분투 중인 셈이다. 그러나 팬데믹만으로 이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


관객들의 소비 패턴은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영화계는 여전히 과거의 성공 공식에 기댄 것 역시 한국영화 산업의 확장에 장애가 되고 있다. 블록버스터와 대작 중심의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에도, 대형 배급사들은 여전히 과거의 흥행 성적에 안주한 채 무리한 투자를 반복하면서 '외계+인' 1부와 2부', '비상선언', '더 문' 등 대작들의 잇따른 참패의 쓴맛을 봤다. 흥행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되자 여러 가지 시도가 아닌, 제작 자체를 보수적으로 걸어 잠그고 도전 자체를 멀리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OTT 플랫폼이 대체재로 자리 잡으면서 극장 관람은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게 되었다.


영화계 한 관계자 A 씨는 "지금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힙하지 않고,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영화보다 훨씬 비싼 뮤지컬, 콘서트, 프로야구 같은 문화 활동은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정작 영화는 관객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라며 "사람들이 팬데믹 끝나면 다시 관객이 돌아올 것이라고 하는데 요즘 같아서는 한국영화라는 매체가 죽을 것 같다. 한국영화의 성취만 믿고 눈먼 돈 받아서 우후죽순으로 쏟아내는 형태부터 지양해야 했다. 지금 그 결과의 값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는 것"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중한 낙관론도 제기된다.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영화가 여전히 콘텐츠의 저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창원민주영화제 기획자이자 씨네아트리좀의 허효선 대표는 "당분간은 한국 역사가 갖고 있는 콘텐츠의 힘이 있기 때문에 당장 사라지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서울의 봄', '파묘', '베테랑2' 등이 흥행작이 계속 나오고 있고 독립영화계에서도 '딸에 대하여', '장손', '그녀에게' 등 좋은 신진 감독들의 작품이 배출되고 있다"라며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한국예술의 파워가 아직 잃지 않았고 파장과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느꼈다. 해외와 국내 시장의 괴리가 있는 건 인정하지만 한국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힘은 쉽게 휘발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다만 이러한 저력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찬일 평론가는 박스오피스 중심의 평가 방식을 비판하며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돈으로만 평가한다. 영화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무시하고 수익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위축된 것은 맞지만, 넋두리만 할 게 아니라 영화의 가능성을 산업과 연결해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산업에 동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영화 산업이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 관계자 B 씨 역시 "한국영화의 세계적인 명성과 유의미한 성적 등으로 국내 영화 시장이 활발해질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한국영화 개봉작은 점점 줄고 극장 산업도 죽어가고 있지 않나. 요즘 극장을 가보면 한국영화는 만나기 힘들고 아이돌 콘서트 영화들이 매진 세례를 이루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제 수상'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성적으로, IPTV로 향하는 작품들이 속출하고 있다. 여전히 박찬욱, 봉준호에게 기대어 신진 감독들이 새로운 작품들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들도 기이하다. 영화 인력들은 점점 OTT들로 빠져나가고 눈에 띄는 신진 감독들도 리메이크작들만 연출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명성과 달리 미래가 암울해 보인다"라고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짚었다.


결국 한국영화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와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며, 독립영화와 신진 감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영화계는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B 씨는 "한국영화는 여전히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명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K-무비의 재도약은 과거의 성공을 넘어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이루어질 때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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