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대책 후속조치, 서울·수도권 등 신규택지 4곳 선정
서초구 서리풀지구, 절반 이상 신혼부부 장기전세로 공급
이르면 7년 뒤 첫 입주…당장 공급가뭄 해소는 제한적
정부가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를 포함해 수도권 4곳의 그린벨트(GB)를 해제해 5만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에 나선다.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수요를 분산시키겠단 계획이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진단이다.
지난 5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지자제장과 함께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앞서 8·8대책의 후속 조치로 양질의 주거와 일자리가 가능한 서울과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km 이내 지역 4곳을 선정했다.
박 장관은 “8·8대책 이후 서울·수도권 집값 상승폭이 축소되고 거래량도 감소 추세로 안정적인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신규택지 5만가구는 중장기적으로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시장이 안정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정된 신규택지는 비교적 교통 및 생활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을 중심으로 선정됐다. 서울은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이 아닌 서초구 서리풀지구가 선정됐다.
신분당선, GTX-C노선을 비롯해 경부고속도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분당내곡도시고속도로 등 교통망이 갖춰져 있어 수요자들의 주거 만족도가 높을 거란 설명이다.
서울시는 2만가구 중 절반 이상인 1만1000가구를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미리내집)으로 공급해 저출생 문제도 해소하겠단 복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리풀지구는 이미 많이 훼손된 상태로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후보지 가운데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곳으로 선정했다”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개발사업의 공공성이 유지되도록 공익성을 강화하면서 자녀계획을 망설이는 신혼부부들이 아이 낳을 결심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서초 서리풀 외 고양대곡·의왕 오전왕곡·의정부 용현 등 GB 해제
수도권 집중된 정책…서울-지방 간 양극화 심화 우려
5개 전철 노선이 만나는 고양시 대곡역세권을 지식융합단지로 조성해 9000가구를 공급하고, 의왕시 오전왕곡은 1만4000가구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군부대가 위치해 오랫동안 개발이 막혀있던 의정부 용현 일대도 규제를 풀어 7000가구를 공급한다.
정부는 각종 행정절차를 단축해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개발사업을 추진한단 목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규택지 발표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란 견해다. 당장 내년부터 공급가뭄이 본격화할 예정인데 빨라도 7년 후에나 입주가 가능한 만큼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둔 실수요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진단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공급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시점 역시 단기적인 안정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 수요가 높은 지역의 주택 부족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장 입지가 좋은 서울의 경우 장기전세임대 물량을 제외하면 9000가구호의 물량이 확보될 뿐이다. 집값이 과열되고 있는 주택 수요의 대체재로서 시장에 큰 영향력을 주기보다는 특정 수요층의 ‘로또분양’의 효과에 가까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 내 세곡, 갈현동 및 하남시 내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바랐던 시장의 기대에서는 다소 벗어난 입지”라며 “발표한 택지의 상당량은 신혼부부용 장기전세 주택 등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집중될 전망이라 서초 서리풀지구 같은 알짜 입지는 일반분양 물량을 놓고 당첨을 위한 세대 간 눈치 보기가 치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택지보상 등을 고려하면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라 2025~2026년 수도권 아파트 준공 물량 부족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택지지구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는 장기간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 간 양극화는 더 심화할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수요자들의 쏠림현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강남 생활권을 갖춘 서리풀지구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 외곽지역과의 격차도 더 벌어지게 할 수 있다.
김효선 위원은 “지방에서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에만 집중된 공급 정책은 지역 간 양극화를 심화하고, 주택 가격과 자산가치 격차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며 “공급 물량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동시에 지연되는 지방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한 지원 대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