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하게 도입됐나”…반려동물행동지도사 첫 시험부터 시끌[부실한 국가자격증①]

반려동물 관련한 최초 국가자격증

오락가락한 행정 안내 등 잡음 지속

동물가족 행복 페스타 모습. ⓒ뉴시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증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첫 시험인 만큼 기대감이 높았지만 허점 가득한 부실한 제도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증은 반려동물에 대한 행동분석 및 평가, 훈련, 소유자 등에 대한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자격이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는 2개 등급(1급, 2급)으로 구분된다. 올해는 2급 자격시험만 시행하며, 1급 자격 시험은 2025년부터 치러진다.

실기시험은 1차(필기시험) 시험 응시접수 마감일을 기준으로 동물등록번호를 부여받은 6개월령 이상 모든 견종이면 응시할 수 있다.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반려동물과 관련한 전문가는 부족하다. 정부에서 반려동물과 관련한 최초 자격증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해 농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양육하는 가구 비율은 25.4%로 양육 인구는 1306만 명에 달한다.

반려가구 천만시대에 반려동물 전문가에게 국가자격을 주는 시험인데 부처의 오락가락하는 안내부터 동믈등록제 악용한 부정행위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동물등록제에 관한 허점이 가장 컸다. 당초 2급 실기시험(2차)은 등록등록번호 및 내장형 고유식별번호 장치가 없는 응시견은 시험 응시가 불가능했다. 이미 등록된 응시견이 외장형 고유식별번호 장치인 경우 실기시험 응시원서 접수 마감일까지 내장형으로 변경하면 등록이 가능했다.

반려동물 등록 방식은 내장형과 외장형이 있다. 내장형은 말 그대로 반려동물 몸속에 칩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외장형은 목줄이나 하네스 목걸이 등에 달아 착용하는 방법이다. 체내에 넣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없다.

정부에선 내장형과 외장형 중 선택해 반려동물 등록을 권유하고 있지만, 국가자격증 시험은 내장형으로 동물등록을 한 소유주만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게다가 기존 공고엔 내장형으로만 등록된 반려동물만 응시할 수 있다고 안내됐지만, 이후 필기 원서접수 기간에 게재된 안내문에는 내·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모두 가능하다고 기재됐다.

농식품부는 잘못된 정보 전달로 수험생들에게 혼선을 준 점을 인정하고, 결국 이번 시험은 외장형과 내장형 모두 허용했다. 내년부턴 내장형 부착을 필수 권고로 확대한다.

본인(직계가족 포함) 소유 반려동물만 실기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인해 부정행위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미 훈련받은 반려견을 본인 명의로 이전해 실기시험을 치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훈련소에는 이미 훈련된 동물을 일정 비용을 받고 수강생들에게 명의를 이전해 준다는 얘기다. 국가자격증임에도 민간훈련소에 비용을 지불해 자격을 취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훈련 업계 한 관계자는 “첫 시험인 만큼 부족한 점은 있을 수 있지만, 시험 안내도 잘못하는 등 담당 부서에서도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허점이 너무 많아 시급하게 도입됐나 싶을 정도”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