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사 공장 가동률 일제히 하락
반면, 연구개발 투자는 역대 최다 기록
침체기 장기화에 기술초격차 확보 총력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올 3분기 공장 가동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핵심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의 캐즘(수요 둔화 현상)이 장기화하면서다. 길어진 시장 침체로 공장이 동력을 잃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며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올 3분기 공장 가동률을 대폭 낮췄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생산시설 평균 가동률은 59.8%로, 전년 동기(72.9%)와 비교해 두 자릿수 감소했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소형 애플리케이션 등 배터리 생산설비 모두 가동률이 감소했다.
소형전지에 한해 연간 누적 수치만 공개하는 삼성SDI도 가동률이 하락했다. 평균 가동률은 68%로, 전년 77%보다 하락했다. SK온 역시 SK온의 국내외 중대형 전지 생산설비 평균 가동률은 46.2%로 전년 동기(94.9%)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배터리사들의 공장 가동률 하락은 예견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의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배터리 산업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배터리사들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길어지는 캐즘 속에서도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기술 초격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R&D 투자 비용은 1조9919억원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25.4%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 시장의 개화 이후 역대 최대 투자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체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까지 7953억원을 투자했다. 삼성SDI는 9861억원을, SK온은 2105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3사는 '품질 향상'을 키워드로 꼽고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제품에 더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고전압 미드니켈 등 고품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한다. 배터리 제조비를 최대 30% 낮추는 건식전극 공정 기술 개발도 완료했고, 오는 2028년 상용화에 나선다.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비전기차 사업 비중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등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향상 시킨 차세대 제품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다. 회사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제품으로 화재 위험성이 낮다. 내년 초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도 앞두고 있다.
SK온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7월 비용 절감 등 운영 효율화를 골자로 하는 ‘비상경영’을 선언했지만,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개발 방향성이 '안정성' '품질' 등으로 정해지고, 트럼프의 등장으로 오히려 기술력 증진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면서 기술 개발 투자에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현재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보며 가장 무서워하는 건 화재 가능성"이라면서 "기술 개발에 대한 방향이 잡힌거고, 시간까지 번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R&D 투자를 아끼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면서 "결국 미래 시장에서 요구하는 건 현재 시중에 나온 제품보다 몇배는 더 안전한 배터리다. 나날히 발전하는 중국의 저가 배터리와의 승부는 거기서 결정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