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 23일 성명 발표
지난 22일 서울남부지원 민사합의부가 KBS 박장범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정재권 등 KBS 야권 성향의 이사 4인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원 2명만으로 KBS 이사를 추천한 것은 위법이며, 그렇게 임명된 KBS 이사들이 사장 임명을 제청한 것 또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효력을 정지시켜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는데,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방통위는 대통령에게 KBS 이사를 추천할 뿐이며 대통령은 폭넓은 재량권을 갖고 이사를 임명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임명 과정에 중대한 위반이 없으므로 효력을 정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정이다.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상식적인 판단을 가까이 놓아두고 논란에 논란을 이어가는 우리의 현실이 사실 더 놀라운 것이다. 아무튼 이번 판결로 KBS 공영방송의 독립과 혁신을 위한 큰 실마리가 풀리게 되었다. KBS는 신임 박장범 사장을 중심으로 무엇이 진정 공영방송 KBS를 살려내는 길인지 구성원의 의지와 열정을 최대한 모아서 지금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공영방송 독립성을 근본에서부터 훼손해온 민노총 언론노조 중심의 사내 정치 세력을 청산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판결은 또한 MBC 정상화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지하다시피 논란의 핵심에는 방통위원 2인이 회의를 열고 결정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에 있다. 방통위는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재적위원을 5명으로 보면 2인 방통위의 결정은 위법이 되는 것이며, 재적위원을 현재 방통위에 적으로 두고 있는 2명으로 보면 합법적인 결정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법원은 재적위원에 대해서 ‘현재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기존의 MBC 판결에서 방문진 이사 임명의 효력을 정지한 것은 방통위 2인 체제 판결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다툼의 여지가 있으니 본안까지 가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언총은 방통위 2인 체제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위법적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이 문제로 끝까지 다툴 것이다.
판결문은 또한 새로운 KBS 이사를 선임한 이상 가처분에서 그 효력을 정지시키려면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방문진 이사 선임의 효력에 대해서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 방문진 이사 선임에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행위가 있었는가?
우리는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큰 혈맥이 뚫렸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당연한 판단을 얻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소모적으로 힘을 낭비해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이사가 임기를 다하면 차기 이사를 뽑고 신임 이사들이 공영방송사의 수장을 선임하는 것은 법에도 명시된 당연한 절차가 아닌가.
이 길을 어떻게든 막아내기 위해 방통위원 추천을 해태하고, 방통위원장을 탄핵하고, 그 폭거의 시시비비를 가려줄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시키는 등 사실상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를 언제까지 계속할 요량인가. 이제는 상식으로 복귀한 시간이 되었다. 이런 식의 막무가내 작태는 방송과 언론의 공정성을 갈망하는 다수 시민의 마음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길이며 결국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경고 한다.
2024년 11월 23일
사단법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