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자기자본 20%↑…리츠 구조로 재편
브릿지론 시장 위축…수익성 타격 불가피
IB·WM 부문 사업 확장 경쟁 본격화
최근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선방안이 발표되면서 이에 따른 수익성 공백을 메꾸기 위한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번 부동산 PF 사업 구조 손질로 기존에 쏠쏠한 이익을 얻어온 브릿지론이 리츠(부동산투자회사)로 대체되는 등 사업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으로 부동산 PF 내 브릿지론 관련 시장 축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는 자금과 신용이 부족한 시행사(부동산 개발업체)가 아파트 등을 지으면서 나중에 들어올 분양·임대 수익을 내세워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시행사가 5% 이내 자기자본만 가진 채 토지 매입과 인가 과정에 따른 자금을 브릿지론 등 대출로 충당하고 이후 본 PF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지난 2022년 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로 부동산 PF 부실 이슈가 현실화하면서 당국에서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20% 수준까지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토지 소유주가 땅을 출자해 사업의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기자본을 높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땅 주인에겐 사업 준공 후 수익이 날 때까지 토지 출자에 대한 세금 납부를 유예해주는 유인책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선안으로 단기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개선안 시행 시 브릿지론 사업 비중인 높은 증권사의 관련 수익 기반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브릿지론을 통해 토지매입금이 마련했지만 개선안 도입 이후에는 토지주인이 직접 토지·건물을 리츠에 현물로 출자하는 구조로 바뀌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사의 경우 다른 업권 대비 브릿지론 비중이 큰 편이다. 삼일회계법인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2조1000억원인 가운데 은행이 39조9000억원으로 36% 비중을 차지했고 보험사(30%), 여전사(18%), 증권사(7%), 저축은행(6%)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증권사의 브릿지론 대출 비중은 전체 16조3000억원 대비 21% 수준인 3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여전사(5조7000억원·34%)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비(非) 부동산 PF 분야 발굴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증권사들은 미국 주식 관련 서비스는 물론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 부문 강화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바 있다.
일례로 작년과 올해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공개매수’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한 이후 ‘패키지딜’ 실적을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패키지딜은 공개매수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잔여 지분 매수, 인수 자금 대출 및 상장폐지 주관 등 관련 업무 전반을 모두 맡는 것으로 말한다.
아울러 지난달 말부터 금융회사 간 퇴직연금 실물이동제가 시행된 가운데 올해 400조원 시대를 맞은 퇴직연금 시장 및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슈퍼리치)들을 대상으로 한 패밀리오피스 사업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 12일 고액자산 고객 자산관리 및 WM 글로벌 자산배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PWM부문 신설했다. 기존에 있던 고액자산가 자산관리조직을 부문으로 격상한 것으로 산하에는 패밀리오피스센터를 편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PF 개선안으로 브릿지론 주선이 축소되는 동시에 본 PF 주관권 확보를 위한 경쟁 심화로 증권사의 관련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주식 서비스, IB·WM 부문 등으로 통해수익성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