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서울천하’, 지방은 서럽다 [기자수첩-부동산]


입력 2024.12.03 07:01 수정 2024.12.03 07:01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서울-지방간 양극화 더 심화

정부 정책, 수도권 공급확대 포커스

쌓인 미분양, 부도 건설업체 ‘줄줄이’

올해 부동산시장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쏟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데일리안DB

올해 부동산시장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쏟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정책은 아쉽게도 ‘없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부동산정책은 모두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월 발표한 1·10대책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는 준공 후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선 재건축·재개발이 필수적인 서울의 주요 노후 단지들의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공급부족 우려가 가시지 않자, 8·8대책에선 정비사업 인허가 단축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을 비롯해 서울 및 인근 지역 그린벨트(GB)도 해제하기로 한다.


서울 강남 핵심 지역인 서초구 서리풀지구를 포함해 수도권 4곳에 5만여가구를 공급한단 계획이다. 내년에 발굴되는 신규택지까지 더해 총 8만가구의 신규공급에 나서겠단 목표다.


정부가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살피는 동안 지방의 침체 분위기는 더 짙어졌다. 쌓인 미분양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더 늘었다.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836가구로 한 달 전보다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지방은 미분양 물량(5만1888가구)이 1.9% 줄었는데, 여전히 전체의 80%가량이 지방에 몰려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한 달 전보다 6.1% 증가한 1만8307가구 규모에 이른다. 2020년 7월 1만8560가구를 기록한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많다. 악성 미분양 대부분은 지방에서 늘었다.


정부도 시장도 모두 관심을 두지 않는 탓에 지방에선 이제 공급물량도 줄어드는 실정이다.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신규 공급된 일반분양 아파트는 총 14만2560가구다.


지역별로 보면 절반 이상인 7만2656가구가 수도권에서 공급됐다. 비수도권은 6만9904가구 정도인데, 불과 3년 전 14만4000여가구가 공급됐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났다.


장사가 안되니 당연히 문 닫는 건설사도 늘었다. 지난 10월까지 전국에선 26곳의 건설업체가 부도났다. 연말까지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따라가다 보면 지방은 언젠가부터 너무 버려두는 게 아닌가, 란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서울천하’다.


서울 집값이 언제 어디서 또 불이 붙을지 알 수 없으니 공급물량도 늘려야 하고, 수요자들의 조급한 마음도 달래야 하는 정부의 노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집값을 잡는 것만큼 정부가 중요하게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지역균형발전’ 아닌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이제 시작이고 3기 신도시는 아직 기약이 없다. 찔끔찔끔 공급대책으로 무주택자들의 조급증이 사라질 리도 만무하다.


장기적으로 집값을 잡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려면 서울·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


모두가 서울로, 서울로, 발길을 옮기다 보니 지방은 일자리가 없다. 사람도 떠난다.


불과 몇 년 안에 지방 곳곳은 유령도시로 전락할 게 뻔하다. 애써 상경한 수요자들은 높은 집값에 허덕이느라 숨이 턱턱 막힐테고.


부동산 시장은 서울·수도권이 살아야 지방이 점차 살아난다고 한다. 반대로 지방이 회복돼야 서울·수도권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바라보며 정책을 추진하는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

'기자수첩-부동산'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