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 미국산 석유 수출 확대 전략 강화
공급량 확대로 가격 하락 등 부정적 영향 가능성
원유 도입선 다변화 기회…에쓰오일은 '예의주시'
화석연료 활성화 정책을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눈앞에 닥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약세로 실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처 다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경제성과 경제 안보를 이유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이 70%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에너지 가격이 최근 중동산보다 낮게 형성돼 경제적이라는 점이 주요 근거다. 이에 더해 미국산 수입 확대를 통한 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안보에도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국내 정유사들에 중동산 원유 일부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동 거리가 멀어 운송비가 높은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법이다.
이런 결정은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에너지 자립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내 석유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미 트럼프 2기 에너지 분야 내각 진용을 친화석연료주의자로 채웠다. 3대 에너지 요직인 국가에너지회의 의장, 에너지부 장관, 환경보호청장에 각각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석유기업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 의원 임기동안 각종 친환경 법안을 반대해 온 리 젤딘 전 하원 의원을 지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단기적으로 유가 약세로 실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산 원유 수출 확대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외치고 있어 세계 원유 공급량 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글로벌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 구매 비용은 낮아질 수 있지만, 정유업계의 주요 수익원인 정제마진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미국산 원유의 수출 확대가 중동산 원유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면,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단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동산 원유는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의존하는 원유로, 이 지역의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 공급처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공급은 늘어나는데 세계 경제 불황에 따라 수요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에서는 내년 세계 석유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이런 변화에 대해 중동 국가들의 반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사우디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 에쓰오일은 미국산 원유로의 대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아람코와 원유 장기 계약이 체결돼 있어 정부의 수입처 다변화 유도 정책에도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미국산 원유 확대에 대해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분석대로 미국산 원유 수출 확대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미관계와 한-중동 역학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부의 외교적 전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를 도입하는 기준은 경제성과 도입 안정성”이라며 “(미국산 원유가)중동산 원유보다 가격이 더 싸다면 당연히 도입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중동에서 원유만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중동으로 수출하는 것도 많고 건설 등에서도 중동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정부가 외교·경제적으로 잘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