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의 ‘자격정지 내지 그 이상의 중징계’ 요구에도 도마에 오른 체육(종목) 단체장들의 연임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장은 공식적으로 4연임에 도전한다. 11일 정 회장은 스포츠공정위원회(비공개) 연임 심사에서 승인 통보를 받았다.
대한체육회 정관상 회원종목단체 임원 연임은 한 차례만 가능하다. 체육단체장이 3연임 이상 도전하려면 공정위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재정 기여 및 주요 국제대회에서의 성적, 단체 평가 등에서 성과가 뚜렷해야 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는데 정 회장은 예외 조항에 따라 공정위원회의 심사를 신청했다.
위원들 사이 갑론을박도 있었지만, AFC 집행위원 당선 등의 성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예외 조항에 대해 평가한 뒤 정몽규 회장의 선거 출마를 승인했다.
3선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같은 경우다.
예상한 시나리오다. ‘셀프 심사’ 논란 속에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연임 심사도 통과시킨 공정위 기준에서 볼 때, 정 회장이 무난히 승인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 회장은 직원 채용 비리와 금품수수 등 여러 비위 혐의로 문체부로부터 회장 직무 정지를 당하고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정 회장도 문체부 등으로부터 중징계를 요구받은 상태다. 문체부는 지난 7월부터 감사를 벌여 지난달 5일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관여한 정 회장 등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스포츠윤리센터도 정 회장이 “업무상 성실 의무를 어겼다”며 지난달 20일 문체부에 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공정위 심사를 통과해 4연임 도전에 나서게 됐다. 국민적 여론은 좋지 않지만 현직 프리미엄을 떠올릴 때, 두 회장의 당선 가능성은 높다.
여기에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김택규 회장(59)도 배드민턴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연임이라 공정위 별도의 자격 심사 없이 도전이 가능하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파리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의 이른바 ‘작심 발언’을 타고 수면 위로 떠오른 배드민턴협회의 그릇되고 방만한 운영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 10월 배드민턴협회 점검 결과, 후원 물품 횡령 의혹과 보조금법 위반 등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김 회장이 더 이상 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김 회장의 후원 물품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신체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김 회장과 협회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는 “지난해부터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지침 속에 승인을 받아 승강제 리그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제 와서 보조금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했다.
문체부 경고나 징계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적 여론과 정반대로 ‘마이 웨이’를 그리고 있는 회장들은 ‘(쫓겨나듯)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력욕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측근들에게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도 말한다.
앞서 문체부는 유인촌 장관의 “연임을 강행할 경우 승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국고보조금 지급 중단 등 여러 개의 경고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비상 계엄선포(내란 사태)와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체육단체 선거 이슈가 가라앉았고, 주무 부처인 유인촌 장관도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라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용기를 냈던 선수들과 개선을 기대했던 체육계 관계자들은 허탈함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