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56.4원 ‘고공행진’…수출 확대 기대감에 ‘주목’
‘업황 하락’ 반도체 반감…‘실적 기대’ 자동차·조선 효과
트럼프 2기 정부 정책 변수 속 업종별 온도차 심화 가능성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선을 넘어 1460원선에 근접하면서 수출주들의 향배에 이목이 쏠린다. 고환율로 인한 수출 증대 등의 수혜가 기대되는 반면 내년 초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러한 상반된 상황이 주가에 어떻게 작용할지가 관건인 가운데 반도체 등 업황 하락이 예상되는 분야도 있어 수출주 내 차별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 들어 지속돼 온 강달러 현상이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지만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수출주들의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수출주인 반도체는 업황 하락으로 ‘킹’달러 수혜가 반감되고 있는 반면 조선주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자동차주는 그 둘의 중간에 자리하는 등 각각 온도 차가 존재한다.
현재 환율은 그야말로 고공행진 중이다. 전날인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23일)보다 4.4원 오른 1456.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9일 1451.9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9년 3월 11일(1471.0원) 이후 15년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했는데 이제는 1460원선을 찍을 태세다.
보통 결제 통화가 달러 기반인 수출기업은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가격 경쟁력 강화와 함께 수출대금의 원화환산 가치 향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대표적인 수출주인 반도체는 업황 하락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5년 9개월만에 1450원선을 돌파했던 지난 19일 KRX 반도체지수는 오히려 3.31% 하락(3093.67→2991.29)했다.
다음날(종가 2908.63) 추가 하락하며 2900선을 위협받았던 지수는 이번 주 들어 2거래일(23~24일) 연속 상승하며 3000선을 회복(24일 종가 3003.40)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개별 종목들도 부진한 상태로 SK하이닉스는 최근 5거래일간(12.18~24) 주가가 8.42%(18만4000→16만8500원) 하락,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낙폭(-0.66%·2456.81→2440.52)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기간 삼성전자(5만4200→5만4400원)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이미 지난달 14일 종가(4만9900원) 기준 4만원대를 찍는 등 그동안 워낙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터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올 하반기 환율 상승 국면에서도 지지부진한 흐름이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배경에는 업황 하락 우려가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스마트폰과 PC 등 IT분야에서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강점이 있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인한 맹추격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향후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 따르면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EBSI는 64.4로 기준점은 100에 크게 못 미쳤다. EBSI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전망을 조사 및 분석한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수출 호조 전망이, 낮으면 수출 악화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반도체와 함께 대표적인 수출주인 자동차주는 이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KRX 자동차지수는 최근 5거래일간 1.50%(1836.42→1864.01) 상승했고 현대차(4.84%·20만6500→21만6500원)와 기아(5.12%·9만5700→10만600원) 등 개별 종목들도 강세를 보였다.
고환율이 수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무역협회의 내년 1분기 수출산업 EBSI 조사에서도 자동차·자동차부품(130.7)은 기준점인 100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고 환율이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당장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높아지는 환율이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주가는 다른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주가가 환율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 환율이 단순 변동보다는 내수 경기에 대한 부담을 반영하면서 판매대수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해외에서 경쟁 중인 일본의 엔·달러 환율도 최근 3개월 비슷한 폭(10%)으로 상승했고 최근 자동차 이익이 물량과 가격보다는 환율 변동에 기인하면서 이익 지속성에 대한 밸류에이션(Valuation) 할인의 형태로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동차 주가를 단순 환율보다는 ‘안정적 실적을 구가하는 가운데 주가 하락에 따른 낮은 밸류에이션(Valuation), 그리고 높은 배당수익률 및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의 주주환원’이라는 본연의 가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주는 최근 초강세를 보이면서 향후 실적 증가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5거래일간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8.39%(20만8500→22만6000원), HD현대중공업 주가는 13.57%(23만9500→27만2000원) 상승했다.
무역협회의 내년 1분기 수출산업 EBSI 조사에서 선박은 146.6으로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보다도 상회하는 지수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주는 내년 초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조선업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내 조선사들과 우호적 협력 의사를 밝히는 등 국내 조선업에 전략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최근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4명이 미국 내 선박 건조를 장려하고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선업 강화법(SHIPS for America Act)을 함께 발의하는 등 미 의회에서도 초당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이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에 따른 관세 장벽 상향 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향후 관련주들의 주가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이 대부분 끝나고, 고가의 수주들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타 업종 대비 수익성 개선이 돋보이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조선에 투자 심리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