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2배 추종 상품, 1개월 수익률 일제히 8%대
수익 노린 환테크족 증가…한 달새 2377억 몰려
내년 1400원대 유지…1500원 현실화 가능성도
원·달러 환율이 15년 만에 1460원대에 진입하는 등 고 환율이 지속되면서 달러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주목 받고 있다. 고환율 영향으로 환테크(환율+재테크)에 나선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상품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달러를 2배 추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8.44%다. 같은 기간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와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의 수익률은 각각 8.41%, 8.23%로 모두 8%대 성과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ACE 미국달러SOFR금리(합성·4.58%)’,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4.57%), ‘TIGE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4.43%)’ 등을 포함한 10종목이 4%대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달러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역방향) ETF 3종목과 곱버스(역방향 2배) ETF 3종목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반된 흐름은 달러 강세의 고 환율 시대가 도래한 결과로 풀이된다. 달러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ETF들은 미국 달러 선물 지수를 기초로 삼은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달러화 강세가 장기화되면서 달러 상승에 투자한 ETF의 수익률이 연일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환율은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한 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충격으로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 19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을 후퇴하자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 1400원대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전일(26일) 장 초반 1460원을 넘어선 뒤 1464.8원에 주간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환율 변동성을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환테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11월 22일~12월 24일) 동안 달러 관련 ETF(인버스·곱버스 제외)를 2377억원 어치 사들였다.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상품은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로 562억원이 유입됐다. 그 뒤를 이어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453억원)’, ‘TIGE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304억원)’,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276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심리적 저항성으로 여겨지던 1400원대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환율 1400원’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시선까지 내비치고 있다.
현재 달러 강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달러의 추가 강세와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우려 등이 환율의 추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고,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과도 맞물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대내외 각종 불확실성으로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나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달러 가치와 연계된 ETF 투자로 수익을 노려보는 전략이 용이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달러화 변동성이 걱정될 경우에는 단기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을 투자처로 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달러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환율 변동성을 활용한 투자가 수익률을 안겨줄 시점”이라며 “ETF가 달러에 직접적으로 투자해 리스크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은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증권사의 달러 RP을 고려해도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