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일정 시간 지날 때까지 승강기 문 안 닫혀…일부 시민들 불만 제기
시민들 "닫힘 버튼 작동하게 해서 승강기 순환 높이는 게 더 효과적…빨리 안 닫히니 답답해"
서울교통공사 "지하철역 승강기, 장애인 등을 위한 것으로 관련 법 따라 10초 이상 문 열고 대기해야"
전문가 "장애인용, 일반인용 나눠 운행할 수도 있지만…약자 배려하는 사회적 인식 갖는 게 더 중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은 문 닫힘 버튼이 작동되지 않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에 대한 불만이 크다.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아 몹시 답답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등을 위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지하철역에 설치된 승강기는 10초 이상 문이 열린 채로 대기해야 한다고 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용과 일반인용 승강기를 나눠 운행하는 방안이 있다"면서도 "이보다는 우선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인식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7일 서울시민 제안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 활성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활성화해 달라. 사람이 타고 있을 때 늦게 오는 사람을 위해 열림을 누르면 약 20초 정도를 멍하니 기다려야 한다"며 "늦게 오는 사람이 있어도 열림 버튼을 누르지 않고 모른 척하는 사람도 있더라. 왜 시민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지하철은 닫힘 버튼이 거의 활성화돼 있어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데일리안이 서울 중구와 종로구에 있는 1호선 시청역, 1·4호선 서울역, 5호선 광화문역, 성동구에 있는 5호선 장한평역 등의 엘리베이터를 확인해 본 결과, 모든 곳의 문 닫힘 버튼이 비활성화돼 있어 10~20초 후에 자동으로 문이 닫혔다.
더 이상 승강기에 탑승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10초 이상 문이 열린 채 멀뚱히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드러내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역에서 만난 이모(43)씨는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안 닫혀서 당황했다. 닫힘 버튼을 누르던 중 누가 오면 열림 버튼으로 열어주면 될텐데 굳이 닫힘 버튼을 비활성화해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차라리 닫힘 버튼을 활성화해 엘리베이터 운행 순환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김모(74)씨는 "무릎이 안 좋아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 보니 매번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며 "집 엘리베이터랑 다르게 닫힘 버튼을 눌러도 한참 동안 안 닫히니 조금 답답하긴 하다. 문이 닫힐 때쯤 누가 새로 타면 다시 자동으로 닫힐 때까지 다시 기다려야 하니 어떨 때는 위로 올라갈 때까지 하루 종일 걸린다"고 전했다.
반면 지하철역 내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인 만큼 닫힘 버튼 비활성화를 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정모(70)씨는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는 사람들은 걸음이 느리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데도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신체가 건강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에서 운영 중인 지하철역에 설치된 모든 엘리베이터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서 장애인 승강기로 등록돼 있다. 장애인용 승강기는 10초 이상 문이 열린 채로 대기해야 한다는 안전기준이 있다"며 "장애인 등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일반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이 과정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닫힘 버튼을 비활성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상화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공학부 교수는 "사회적 약자의 기준에 맞춰 엘리베이터가 운영돼 답답하거나 비효율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또 엘리베이터가 느리게 운행되다 보니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역은 동선이 밀려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장애인용과 일반인용 승강기를 나눠 운행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우선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인식을 갖고 몸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