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수출 계약으로 인한 ‘로열티’ 증가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기반 누적 수주 5조원 달성
“바이오 투자 심리 위축은 아쉬워”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사업 확장을 이끌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새해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호조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올해 1~11월 누적 기준 건강, 바이오 분야 수출액은 4억43000만달러(약 2조1019억원)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 확대 및 CDMO 수주 확대가 주효했다.
유한양행 ‘렉라자’ 허가…굵직한 수출 이어져
항암제 분야에서는 유한양행이 두각을 드러냈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30일 유럽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국산 항암제가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렉라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이 개발하고 유한양행이 기술을 이전 받아 2018년 존슨앤드존슨에 수출한 국산 신약이다. 이번 허가로 유한양행은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3000만달러(약 442억원) 규모의 기술료를 수령했으며, 향후 유럽 매출의 10% 이상을 로열티로 받을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기술 수출 당시 총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수령했다. 지난 8월 20일에는 미국 FDA가 해당 병용 요법을 승인하며, 미국 출시에 따른 기술료 6000만달러(약 885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현재 렉라자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며, 유한양행이 렉라자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기술료는 최대 9억5000만달러(약 1조3980억원)에 달한다.
올해 기술 수출 계약 건수는 15건으로 나타났다. 계약 규모는 55억4450만달러(약 8조16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계약 건수는 줄었으나, 계약 규모가 늘었다. 다양한 후보 물질을 기반으로 굵직한 계약이 이어진 영향이다.
올해 기술 수출의 포문을 연 기업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지난 1월 리듬파마슈티컬스에 희귀비만증 치료제 후보 물질인 LB54640의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B54640은 LG화학이 자체 개발한 포만감 신호 유전자(MC4R) 작용제다. LG화학은 임상 1상을 진행, 약물의 용량에 따라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했다. 임상 2상을 맡은 리듬파마슈티컬스는 지난 7월 LB54640 첫 시험자 대상 투약을 개시했다.
당시 공개된 계약 규모는 3억500만달러(약 5000억원)다. 이는 LG화학이 신약 연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LG화학은 향후 LB54640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수령 받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선두 ‘CDMO’ 사업 활성화
바이오 기업들의 위탁개발생산(CDMO) 또한 거대 먹거리로 부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CDMO 수주를 이어가면서, 올해 여러 바이오 기업들이 CDMO 규모를 확장하거나 사업 진출에 나섰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5조원이 넘는 누적 수주에 성공했다. 업계 최초 연간 매출액 4조원 달성도 유력하다. 이는 미국,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전역에서 초대형 계약을 잇달아 체결한 영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공시를 통해 공개한 수주 계약은 12건, 수주 금액은 총 5조4035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2억4256만달러(약 1조8279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0억6000만달러(약 1조5593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유럽 소재 제약사와 6억6839만달러(약 9833억원) 규모의 계약 2건을 체결한 것을 포함하면, 글로벌 기준으로도 압도적인 규모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96%에 달한다.
셀트리온 또한 높은 성장이 예고된 CDMO 시장에 진출한다. 셀트리온은 최대 30만L 규모의 CDMO 생산설비를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2031년 최대 3조원의 매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100%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한 셀트리온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CDMO 시장에 뛰어든다.
반면 뚜렷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은 발목을 잡았다. 지난 10월 한국바이오협회가 회원사 60곳을 대상으로 올해 바이오 산업 생산 및 수출 실적, 투자 현황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설문한 결과 71.2%가 바이오 투자 심리 위축을 꼽았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대규모 수주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요인에 따라 주가 변동이 심했다”며 “2025년의 경우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바이오 부분의 관세 정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