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워', A24 첫 블록버스터
'총을 든 스님', 2022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한국 사회가 극심한 갈등과 분열 속에 놓여 있는 지금, 두 영화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와 '총을 든 스님'은 각각 미국과 부탄이라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체제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또 새롭게 도입된 체제가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2021년 1월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이라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동한 부정선거 음모론은 미국 민주주의에 큰 상처를 남겼고, 이 영화는 그 상처가 어떻게 더 극단적인 내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를 디스토피아적 시각으로 그렸다.
영화는 대통령의 헌정 파괴와 독재에 반발한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가 연합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정부군은 내전을 벌인다. 미국 종전 기자 리(커스틴 던스트 분)는 조일(와그너 모라) 분)과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내전을 뚫고 워싱턴 D.C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만난 정부군은 자신들과 뜻이 맞지 않거나 적이라고 생각하면 총구부터 겨눈다. 살려 달라는 같은 미국인에게 무심하게 "어느 쪽 미국인이야?"라고 묻는 질문은 출신지로 사상검증을 하는 극단적인 분열과 혼란에 빠진 민주주의를 보여준다.
지난 12월 3일 44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와 이후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을 지나고 있는 관객들에게 '시발 워: 분열의 시대'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더욱이 12·3 내란 이후 나라가 분열되며 총성 없는 내전이나 다름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허구를 넘어 현실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총을 든 스님'은 부탄이라는 작은 왕국에서 역사적인 첫 민주 선거와 국왕의 퇴위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갓 도입된 민주주의 체제가 국민의 선택에 따라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지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특히 영화는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국민의 모습을 그린다. 국왕의 퇴위라는 전례 없는 사건 앞에서 부탄 국민은 새로운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영화는 단순히 민주주의를 이상화하지 않고, 그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여정인지 보여준다. 이는 현재 한국 시민들에게도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선택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지금의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갈등과 분열이 심화된 상태에 있다. 정치적, 사회적 갈등은 시민들 사이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영화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현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필요한 것은 단지 체제의 순응이 아닌, 시민의 연대와 능동적인 참여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