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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업은 뛴다"…정의선 역대 최대 투자로 '경제활력 수혈'


입력 2025.01.09 11:00 수정 2025.01.09 11:0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통상 1분기말 투자계획 발표 관례 깨고 연초 깜짝 발표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 투자위축' 예상 뒤집어

추종투자, 연관산업 고도화 촉진 등으로 경제활성화 효과 기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신년회에서 그룹 임직원들에게 새해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대통령 탄핵 정국과 각종 대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에 나섰다. 국내에 역대 연간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통상 기업들의 투자 계획은 정부의 투자활성화 계획과 맞물려 1분기말께 이뤄져 왔던 점을 감안하면 연초에 이뤄진 현대차그룹의 투자계획 발표는 이례적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멈출 수 없으며,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만 24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이는 이전 국내 최대 투자액인 2024년 20조4000억원보다 19%, 금액으로는 3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분야별로 ▲연구개발(R&D)투자 11조5000억원 ▲경상투자 12조원 ▲전략투자 8000억원을 각각 집행한다.


연구개발 투자는 제품 경쟁력 향상, 전동화, SDV, 수소 제품 및 원천기술 개발 등 핵심 미래 역량 확보를 위해 사용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 전기차 신모델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경상투자는 EV 전환 및 신차 대응 생산시설 확충, 제조기술 혁신, 고객체험 거점 등 인프라 보완 등에 투입된다.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기아 화성 EVO Plant와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 건설 등에 사용된다.


전략투자는 자율주행, SW, AI 등 핵심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행된다.


현대차그룹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발표 시점이다. 통상 대기업들의 투자계획 발표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계획이 발표되면 이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대통령과 총수의 회동이나 경제부처 장관의 기업 순회방문 시점에 투자 계획이 발표된 사례도 많았다. 시점은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가 보통이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23년에는 4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기아 오토랜드(AutoLand) 화성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국내 전기차 분야에 대한 중기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는 3월 27일 국내 투자‧고용 계획을 공개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연초부터, 그것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 발표에 나섰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국내의 정치적 혼란, 저성장, 고환율 등 각종 악재에 둘러싸여 기업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깬 행보다.


이같은 행보는 위기 상황마다 ‘정면돌파’를 택해 온 정의선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맥이 닿는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신차 출시와 미래차 개발에 적극 매진하며 투자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 메시지를 통해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여러 대내외 악재들을 언급한 뒤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해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현대차그룹과 같은 주요 대기업의 투자발표는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수천 개의 협력사를 거느린 업종 특성상 대규모 추종투자 및 전후방 연관산업 고도화 촉진으로 이어져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과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등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국내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혼란스러운 정국에서도 기업은 흔들리지 않고 할 일을 한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가 경제활성화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하길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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