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까지 LG아트센터서울
관능적인 댄서이자 ‘팜므파탈’의 대명사, 이중스파이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여인 마타하리.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희생자, 아이를 잃은 엄마, 그럼에도 다시 순수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게 된 마가레타. 전혀 다른 두 여인의 삶 같지만, 놀랍게도 마타하리와 마가레타는 동일인이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무대에 옮겼다. 무희로서의 삶은 물론 그의 본명인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의 삶도 함께 조명된다.
이를 위해 무대에는 무용수가 등장한다. 마가레타로서의 자아를 대사 없이 춤으로 표현하는 가상의 존재로서, 현재의 마타하리와 과거의 마가레타(무용수)가 함께 과거의 아픔을 공유하거나 현재의 마타하리가 과거의 자아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모습 등을 다채롭게 표현하면서 마타하리와 마가레타의 내면을 조금 더 깊게 보여준다.
관능적인 댄서로, 프랑스 사교계에 충격을 안기며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누리는 마타하리로서 제2의 삶을 살게 됐지만, 그는 순수한 조종사 아르망에게 마음을 빼앗긴 순간 자신을 마가레타라고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외면하고 싶고 숨기고 싶은 것’으로 정의했지만 진정한 사랑을 마주한 순간 마가레타를 꺼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여기서 나온다. 작품은 관능적 댄서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를 지키기 위해 스파이가 돼 죽음에 이른다는 결론에 그치지 않는다. ‘마타하리’는 외면하고 숨기고 싶지만, 끝내 외면할 수 없는 ‘내면의 자아’를 찾는 과정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학대와 고통으로 얼룩진 과거를 피해 새로운 삶을 찾고자 했던 그는 마타하리로서의 삶과 마가레타로서의 자신을 모두 끌어안으며 작별을 고한다.
솔라는 김문정 음악감독의 추천으로 이 작품을 통해 2022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올해도 마타하리로 무대에 선 솔라는 작고 가녀린 체구에서도 에너지 넘치고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준다. ‘마타하리’의 핵심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사원의 춤’에서는 매혹적인 춤사위로 관객을 홀렸다. 지난 시즌에서 아쉬운 평을 받았던 연기에 있어서도 한층 힘을 빼고 성숙해진 모습이다.
압권은 단연 마지막 넘버인 ‘마지막 순간’이다. 솔라의 마타하리는 댄서로서 무대에 섰을 때 외엔 순수하면서도 자유로운 성격이 짙다. 특히 아르망, 안나와의 호흡에서 이런 성격이 잘 드러나는데 그래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 변화가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마타하리’는 3월 2일까지 LG아트센터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