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 등이 접수한 문건 정보공개 청구
재판부 "해당 문건 정보, 적법하게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됐는지 심리 거쳤어야"
"2심 판단,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행위의 적법 여부 판단 누락…판결에 영향 미쳐"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서 목록의 공개 여부를 다시 심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앞서 해당 문서 목록이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보호기간에 있다는 점을 들어 비공개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2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대통령기록물법 중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석명(설명)하고, 적법하게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고 보호기간이 정해졌는지에 관한 심리를 거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원이 대통령기록관장에게 해당 정보에 대해 보호기간을 정한 절차와 이유, 비공개 사유 등을 통해 적법하게 보호기간이 정해졌는지 증명하게 하고, 증명이 충분하지 않아 적법성을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으면 해당 정보를 제출하도록 해 비공개 열람·심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심 판단에는 이 사건 정보에 대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행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송 변호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구조활동과 관련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건(이른바 '세월호 7시간 문건')의 목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이관돼 공개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고, 국가기록원 역시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4항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되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 고등법원의 영장 발부 등이 있지 않은 이상 최장 15년간(사생활 관련은 최장 30년간) 문서를 열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송 변호사는 "해당 목록은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험과 관련이 없고, 문서 목록까지 봉인한 것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무효"라며 2017년 6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은 아무런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기록물을 선정해 보호 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춘 기록물에 한정해야 한다"며 해당 문건이 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의심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비공개 처분의 적법성을 대통령기록관장이 증명할 필요는 없다며 문건 비공개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