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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유통가, 소비 심리 침체에 고환율까지 ‘전전긍긍’


입력 2025.01.20 07:05 수정 2025.01.20 07:05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유통기업 10곳 중 8곳, 트럼프 2기 등장 ‘부정적’ 전망 응답

가성비 좋은 온라인쇼핑, 중국 이커머스로 소비자 이동 가능성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유통업계의 셈법이 복잡하다.


관세 인상을 비롯해 고환율 상황이 길어질 경우 국내 유통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유통업에 속한 대부분의 업종이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 판매하는 구조다 보니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한류를 타고 식품, 패션, 뷰티 등 주요 업종의 대미 수출이 늘고 있는 만큼 차기 미국 정부의 정책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미국은 전 세계 소비재 핵심 시장으로 최근 K푸드를 비롯해 화장품, 패션 등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자국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항공기 참사까지 겹치면서 내수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내수와 수출 안팎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우리나라 대부분 제조업은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 국내외에 판매하는 구조다. 때문에 환율에 따라 수익성 변동이 심할 수 밖에 없다.


유통업계 또한 가격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 수년째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성비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진 캇이다.


환율 상승에 따라 가공식품을 비롯해 외식 등 식탁물가가 상승할 경우 소비 침체는 더 길어지게 되고 유통기업의 불황 또한 길어지게 된다.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전망치는 '77'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하락한 것이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기업의 체감경기 지표로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가 지난 분기보다 좋을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조사에서 유통기업들은 올해 국내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 고물가‧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6.6%), 비용부담 증가(42.4%), 트럼프 통상정책(31.2%), 시장 경쟁심화(21.0%) 등을 꼽았다.


또한, 트럼프 2기 출범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업체 10곳 중 8곳(83.0%)은 국내 유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물음에도 응답업체의 과반수 이상(56.2%)이 유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업태별로는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모든 업태에 걸쳐 전망치가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침체 상황이 길어질수록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어려움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물가 속 가성비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수록 가격경쟁력이 높은 온라인 쇼핑 비중이 커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특히 싼 가격을 앞세워 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알리바바와 신세계의 합작법인이 올 상반기 중 설립되면 알리의 한국 시장 공략도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도 문제지만 당장은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초로 이어지는 대목이 모두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가오는 설 명절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물가가 올라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 구역이 이용객으로 붐비고 있다.ⓒ뉴시스
면세업계 고환율 직격탄...인력‧매장 줄이고 비용 절감 총력


고환율 상황이 길어지면서 면세업계는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면세품은 일반 상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지만 환율이 상승하면서 일부 상품의 경우 일반 상품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 중심의 여행 트렌드가 체험 중심으로 변화화면서 면세쇼핑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가격경쟁력 마저 떨어지다 보니 인력 축소, 부진 매장 철수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최근에는 업계의 큰 손으로 불렸던 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도 줄이는 추세다.


한 때 이들이 차지한 한국 면세산업 매출 비중은 80%를 넘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지만 그만큼 수수료도 불어나면서 면세업계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해 부진 매장 철수, 신규 브랜드 입점 등 기업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사용한 상황”이라며 “환율 등 대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올해도 전망이 불확실하다. 상황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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