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외 계열사 낀 순환출자 구조, 합법은 아니나 규제 대상 아냐”
영풍의 의결권 상실 문제에 대해선 “법무부 소관”
영풍·MBK, 공정거래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 계획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순환출자’를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 장기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호주 손자회사를 통해 영풍의 지분을 매입해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고, 이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당초 고려아연 측이 지분율에서 밀렸던 불리했던 상황이었지만 영풍의 의결권 상실로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우선 저지했다.
이에 대해 영풍·MBK 측은 해당 순환출자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최 회장과 박기덕 사장을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려아연 측의 순환출자구조에 대해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종 위법 판단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려아연 측의 순환출자구조가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외 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 양상이 보여진다”면서도 “공정거래법 제22조를 보면 순환출자 금지 대상은 국내 계열회사로 한정한다고 돼 있어 금지된 순환출자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외 계열사가 낀 순환출자구조의 합법 여부에 대해 묻자 “명확하게 합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규제 대상은 아니다”고 답했다. 영풍의 의결권 상실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상법상 해석이라 법무부 소관”이라며 말을 아꼈다.
과거 공정위는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해외 전체 계열사 관련 자료를 요구하며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정위는 국외 계열사에 대한 정보 공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이후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현재는 국외 계열사에 대한 공시 의무가 강화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계열사에 대해서만 순환출자규제를 적용하는데 국외 계열사의 부분도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정보는 항상 모니터링해야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앞서 고려아연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임시 주총 하루 전인 지난 22일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진다.
고려아연은 이를 이용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영풍의 의결권 상실로 지분율에서 유리해진 고려아연은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 저지에 성공했다. 당초 이번 임시 주총 결과는 고려아연 지분율에서 우세했던 영풍·MBK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결과가 반전됐다.
영풍·MBK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 것을 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2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순환 출자를 새로 형성하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고 형사처벌을 받는다”며 “해외법인을 이용해서 이렇게 하는 것(순환 출자 구조를 만든 것)은 탈법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최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등 신규 순환출자 형성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