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가 다시 관객과 만난다. ‘오리지널리티’와 ‘변화’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키워드의 교묘한 조합은 ‘명성황후’의 30년의 이끈 비결이다.
윤호진 예술감독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 기념공연 프레스콜에 참석해 “어떤 뮤지컬을 만들어야 세계시장에 우리 것을 보여 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러다 ‘명성황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만들게 된 작품으로 30년을 맞을 줄 몰랐다. 더 발전시킨 ‘명성황후’를 만들어서 100년, 200년이 넘어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성황후’는 초연 2년 만에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이후 LA와 런던 등에서 공연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또 2007년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넘겼고, 2009년엔 1000회 공연을 달성했다. 올해로 무려 22번째 시즌을 맞는 등 현재까지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인기를 얻는 작품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명성황후’의 오랜 인기 비결에 대해 “한국 대중음악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희갑 작곡가와 양인자 작사가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에 작품을 만들었고, 호주 편곡자가 작품에 참여했다”며 “한국인의 정서를 건드리는 작곡가와 작사가의 동양적인 근본에 외국인이 봐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화려한 색채가 더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녹음된 음성을 쓰는 공연이 많은데, 전 세계를 다니며 ‘명성황후’를 공연하면서 느낀 건 이 작품은 고전의 가치와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배우들이 끝까지 합창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크게 감동받는 이유”라며 “역동성 있고 힘차면서도 우리의 정신을 이어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30주년 공연인 만큼, 내로라하는 출연진도 대거 참여한다. 16세의 나이에 한 나라의 국모가 된 후 고종의 곁을 굳건히 지키지만 ‘여우사냥’이라는 작전에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명성황후 역은 김소현·신영숙·차지연이, 비운의 군주 조선의 26대 왕 고종 역에는 강필석·손준호·김주택이 연기한다.
뮤지컬 배우 부부인 김소현·손준호 부부는 이번 시즌에서도 명성황후와 고종 역으로 함께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 김소현은 “부부가 같은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고, 손준호는 “역사에도 고종이 명성황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표현돼있다. 명성황후가 죽고 나서 고종이 명성황후가 묻힌 곳을 매일 바라봤다고 하더라. 누구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잘 표현해보려고 노력했다. 이전엔 내 역할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부부의 관계와 사랑을 표현하려고 김소현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차지연은 ‘명성황후’에 처음 합류했다. 앞서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를 통해 명성황후 역을 맡아 연기한 바 있지만 뮤지컬 ‘명성황후’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두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다. 내 안에서의 명성황후는 같았지만 작품에 따라 표현방식이 다르다. 그 부분이 좋은 상호작용을 했다. ‘명성황후’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고 따뜻한 명성황후의 모습을 부각하려고 했다. 또 다른 면모의 명성황후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한 기회”라고 말했다.
20주년 공연부터 10년간 ‘명성황후’와 함께 하고 있는 신영숙은 “‘명성황후’가 3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도전하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저 역시 여러 역할로 ‘명성황후’에 참여하면서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시도하고 도전해왔다.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 변화하고 도전하는 정신에 부합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숙이 언급한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되 ‘변화하는’ 정신은 30년을 이어온 ‘명성황후’의 기조와도 같다. 안재승 연출은 “‘명성황후’가 가진 역사가 굉장히 깊다. 오리지널리티를 훼손하지 않는 내에서 작업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현대적인 공연 문법에 맞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꿨고, 드라마는 디테일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이번 시즌 공연에 대해 귀띔했다.
윤홍선 프로듀서 역시 “‘명성황후’는 한 번도 같은 무대 같은 구성으로 공연에 임했던 적이 없다. 앞으로도 ‘명성황후’는 더욱 변화하면서 관객들에게 좋은 감동을 주기 위해 잘 다듬어질 것”이라며 “경기도 어렵고 시국이 좋지 않은데 힘든 시기에 위로와 감동을 얻어가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3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