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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싸게 사려면 줄 서야죠”…한파에도 발길 끊이지 않는 ‘성지’ 약국


입력 2025.02.07 06:00 수정 2025.02.07 06:00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저렴한 가격에 오랫동안 ‘입소문’ 탄 성지 약국 골목

지역 화폐·상품권 사용하면 최대 30% 추가 할인

박리다매식 판매에 “미끼 상품 및 약 오남용 주의해야”

1월 22일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한 약국을 방문하기 위한 줄이 이어져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이거 무슨 줄이에요?”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던 1월 어느 날 회현역 인근에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이어져 있다. 무슨 일이냐 묻자 놀랍게도 ‘약’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약국을 방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광경은 남대문 인근 회현동에선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남대문에서 명동을 잇는 회현동 거리엔 10여개의 약국이 밀집해 있다. 이곳은 소위 말하는 약국의 ‘성지’다. 서울 회현동 외에도 종로 5가, 수원 남문 일대가 전통적인 약국의 성지로 여겨진다. 약국의 성지가 된 이유는 단연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성지 약국에서는 감기약부터 진통제, 영양제까지 일반 의약품을 평균 10~30% 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남대문에 위치한 성지 약국을 방문하기 위해 면목동에서부터 부러 찾아왔다는 신모(29)씨는 단연 저렴한 가격을 메리트로 꼽았다. 종합 감기약을 구매한 신씨는 “주변에서 사람들이 약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추천해줘서 해당 약국을 알게 됐다”며 “가게마다 저렴한 품목이 모두 달라 미리 알아보고, 사람이 많지 않은 마감 시간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남대문 약국 거리.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실제로 지난 4일 저녁 다시 방문한 남대문 성지 약국 골목엔 평일 마감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평일 오전이나 마감 직전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근처 회사에서 직장인들이 쏟아지는 점심 시간에는 줄을 서야 한다.


남대문 성지 약국의 풍경은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공장’과 유사하다. 1~2명의 약사가 상주해 있는 동네 약국과 달리 기본 3명에서 많게는 5명 이상의 약사들이 발 빠르게 원하는 약을 찾아준다. 이 날은 총 3곳의 남대문 성지 약국을 방문해 ▲콜대원 ▲탁센 ▲RU21 ▲애크논 크림을 직접 구매했다.

남대문 성지 약국에서 구매한 약들의 결제 내역.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감기약부터 소염 진통제, 숙취 해소제까지 다양하게 구매한 결과 일반 약국 대비 20% 이상 저렴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일반 약국에서 4000원 내외로 판매되는 콜대원은 2200원에, 평균 12000원에 판매되는 애크논 크림은 1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탁센과 RU21 경우에도 약 500원, 2000원 가량 저렴하게 구매했다.


사람들 사이엔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었다. 왕십리에서부터 남대문 성지 약국을 방문해 여러 개의 영양제를 구매했다는 김모(30)씨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영양제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정가 거부라는 유튜버를 보고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약국마다 다르지만 온누리 상품권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며 “지금 온누리 상품권 15%에 페이백 15%를 더하면 30% 가량 싸게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남대문 A 약국의 경우 오는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어 판매가 보다 15%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약국 외에도 지역 페이로 결제가 가능한 약국이 곳곳에 있었다. 페이백 등 추가 혜택을 더하면 일반 약국 대비 최대 50%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블로그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엔 성지 약국에서 최대한 싸게 사는 법, 빠르게 구매하는 법. 사람 없는 시간대 등 ‘팁’을 알려주는 게시물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남대문 성지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모(34)씨는 많이 파는 만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씨는 “근처에 약국이 몰려있는 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며 “마진을 줄이는 대신 보다 많이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리다매식 판매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성지 약국의 경우 많은 물량을 가져오다 보니 들여오는 도매 가격 자체가 저렴할 수 밖에 없다”며 “전통적인 성지 약국 지역이 임대료가 결코 저렴한 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끼 상품 일부만 저렴하고 그 외 제품은 아닌 경우도 있다”며 “약의 경우 많은 양을 구매해도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최대 3년으로 정해져 있어 그 안에 다 먹어야 하는데 이는 자칫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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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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