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시장 체제 전환...“투자자 주문 더 유리한 곳에 집행”
회사별 세부 평가기준 달라...합리적 체결이 경쟁력 좌우
자동주문전송 시스템 관건...키움證 유일 자체개발 완료
하루 12시간 주식 거래가 가능한 대체거래소(ATS) 출범으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간 새로운 경쟁 체제도 시작됐다. ATS 참여 증권사들의 최선집행 기준 및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 차별화가 주요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내달 4일 공식 운영을 개시하면서 각 증권사의 관련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될지 주목된다.
자본시장이 복수시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증권사는 자본시장법상 ‘최선집행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는 투자자의 주문을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체결할 수 있도록 사전에 기준을 마련해 공표하고 그 기준에 따라 시장을 선택해 주문을 제출하는 의무다.
투자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직접 거래 시장을 선택할 수 있다. 특정 거래소를 지정하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 중 유리한 시장을 선택해 주문을 집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최선집행기준과 SOR 구축에 박차를 가해왔다. SOR은 거래소별 가격과 체결 속도, 거래 비용 등 시장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시장에 주문을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증권사마다 세부적인 운영 기준이 다를 수 있어 투자자들은 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증권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현 금융투자협회 증권1부 변호사는 “체결 가능성 판단 기준이 증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관련 기준은 모두 공표되며 투자자들은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이를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어느 증권사의 집행 기준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투자자들은 해당 증권사를 선택할 수 있다”며 “증권사 간 경쟁이 어느 정도 촉발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넥스트레이드 참여 의사를 밝힌 증권사는 총 32곳이지만 실제 참여 시점은 증권사별로 다르다. 우선 15곳이 메인 시장에 참여하며 정규 거래 시간 외 프리마켓·애프터마켓에만 참여하는 곳은 14곳이다.
총 29개사가 출범 당일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이달 말까지 추가 테스트를 거쳐 최종 참여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증권사들은 자체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만큼 넥스트레이드나 코스콤이 개발한 SOR을 도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형사 중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은 넥스트레이드의 ‘넥스트SOR’을, NH투자증권은 코스콤 SOR을 선택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독자적인 SOR 시스템을 개발하는 전략을 택했다.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하는 32개 증권사 중 자체 SOR을 개발하는 곳은 키움증권이 유일하다.
이를 위해 키움증권은 작년 3월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해 현재 SOR 관련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자체 SOR 솔루션 개발은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우선 각 사의 SOR을 테스트한 뒤 메인 시장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부분의 중소형사는 프리마켓·애프터마켓(3월부터) 참여를 전제로 한 조건부 참여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업계 경쟁이 심화될 경우 정규 거래 시장으로의 진입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진양규 금융투자협회 증권지원1부 부장은 “증권사의 최선집행기준에 따라 투자자의 주문이 가장 유리한 시장으로 전달되는 시대가 열렸다”며 “이에 대한 투자자 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