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지난해 D램 시장점유율 5%를 차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중국 칩 챔피언의 눈덩이 성장, 한국 아성을 위협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CXMT가 90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D램 시장에서 작년 기준 점유율을 5%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2020년 0%에서 4년 만의 성과다. 해당 기사는 중국 컨설팅업체 첸잔 자료를 활용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기존 D램 업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D램 시장은 전통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 마이크론이 주도해왔다. 이들 점유율을 합산하면 96%에 달한다.
정창원 노무라 아시아리서치 공동 대표는 "CXMT의 부상으로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저가 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넘쳐나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우위 문제가 아니라 물량의 문제"라며 "특히 삼성은 공급과잉과 칩 가격 하락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CXMT가 설립되던 2016년만 하더라도 중국은 서버,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에 사용되는 D램 칩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알리바바와 베이징 국영 펀드 등의 투자로 이 회사는 3년 뒤인 2019년 당시 기준 최신 D램 제품인 DDR4 칩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노무라는 CXMT가 DDR4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2022년 월 7만장이던웨이퍼 생산이 2024년 말 월 20만장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D램 시장의 15%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D램 제조사의 물량 공세로 레거시(범용) D램 칩 가격이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리서치업체 테크인사이트의 댄 허치슨 부회장은 "시장 점유율이 커질수록 생산량이 늘어나고 수율이 높아지며 비용은 낮아진다. 다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다"면서 "1980~1990년대 한국이 메모리 부문에서 일본을 밀어낸 것도 이런 방식이었고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에 따르면 CXMT는 작년 DDR5 메모리 양산을 시작했다. DDR5는 D램 모델 중 가장 최신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