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순매수 1위에 곱버스…상위권 내 ‘하락 베팅’ 상품만 2종
국내 증시 반등 국면에도 ‘급락·박스권 행보’ 예상한 투자자 多
업계선 “주요국 상승 랠리 고려해야…높은 손실위험도 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주식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미들의 투심이 국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역방향)·곱버스(역방향 2배)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리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국내 ETF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1269억원)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은 코스피200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반대로 2배 추종해 증시 하락 국면에서 유리하다.
같은 기간 개인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도 330억원어치(순매수 4위) 사들였다. 순매수 상위 5종목에 지수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1종목도 없고, 인버스 ETF가 2종목이나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23%(2517.37→2548.39), 2.32%(728.29→745.18) 상승해 인버스·곱버스 ETF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증시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은 셈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본격화에 국내 증시의 단기 급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모든 중국산 물품에 1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10일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고,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예고했다. 나아가 다수 국가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 조치 도입 수순까지 돌입하며 관세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상장사들의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관세 전쟁 격화 시 국내 증시 하락 및 상장사들의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이유로 지수 하락에 베팅한 모양새다.
다만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두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으나, 주요국들의 증시가 상승 랠리를 보이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증시 하락 압력이 제한적인 만큼 인버스·곱버스 ETF가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맞지만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리스크를 글로벌 증시가 이미 경험했기에 정책 우려를 일부 상쇄시키고 있다”며 “2기 정책 리스크 강도를 살피며 글로벌 증시가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버스·곱버스 ETF가 레버리지 상품 대비 변동성이 높아 손실위험이 큰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인버스·곱버스 ETF가 시장 변동성을 노려 수익률을 거두는 상품인 만큼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기대 수익률과 괴리가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향후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기에 ‘단기 투자’ 용도로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라면서도 “단기 차익을 노리고 성급하게 투자할 경우, 이익은 커녕 손실만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