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사들 '기술 및 가성비' 추격 매서운데...
트럼프 美 정부, 수입 철강 관세 25% 부과도 발표
생산 기지 멕시코서 美로 이전 더불어 원재료비 인상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위시한 한국 가전 제조사가 유례없는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의 거센 기술 추격과 동시에 이른바 미국 트럼프 관세로 인해 사업 환경 변화 기운이 감지되면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국산을 제외한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군을 대상으로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중국(10%)과 캐나다 및 멕시코(25%)를 대상으로 발표한 첫 관세 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관측이다.
그간 관세가 면제되던 한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유럽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철강재의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 고객 중 현대차를 제외하고 LG전자 등의 기업이 있어 이는 가전업계 부담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미국 철강 시장에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제품 전반의 가격 경쟁력 약화 및 미국산 철강 제품의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이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가전 제품 단가 인상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 및 건조기를,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LG전자 생활가전 사업부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철강 매입액으로 1조3191억원을 사용했다. 비중은 12% 수준이다.
당초 멕시코에 25% 관세가 예정되면서 현지에 가전 생산기지를 뒀던 한국 제조사들은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으나, 가전의 원재료 중 하나인 철강 가격이 오르면서 이마저도 또다른 대안을 찾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가전업계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관세에 앞서 중국 제조사들과의 격차 벌리기가 더욱 근본적인 문제인 탓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TV, 로봇청소기 등을 앞세워 소위 백색가전 범위까지 진출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글로벌 시장에서 쏟아붓고 있다.
이미 가격으로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제품에 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세 부과로 인해 제품 단가가 상승하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구체적인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은 탓에 업계는 이렇다할 입장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저 "지켜보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업계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비해 미국 현지 업체의 강판을 구매하는 방안 등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