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니코틴 ‘담배’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처리 불발
전자담배업계 “사회적 부작용↑,규제 수용해 공정경쟁 해야”
담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합성니코틴에 대한 법안 개정 논의가 또 다시 불발되면서다. 업계에서는 사회적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규제를 서두르고 공정 경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 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8일 국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여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12건의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심사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야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소위에서 의결되지 않았다.
여야는 담배 원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 소매점 간 거리 제한과 과세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였다.
합성니코틴 담배 소매업체들이 ‘담배 소매인’으로 지정될 경우 이들이 일반 연초 담배까지 팔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합성니코틴 담배 판매업자들은 기존 제품 판매만 허용한다는 내용의 단서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현재 합성니코틴은 현행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법률상 담뱃세와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경고 문구 표시, 광고 제한, 온라인 판매 제한 등 규제 역시 적용되지 않고 청소년에게 판매를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 규제 논의가 시작됐다.
합성니코틴 기반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의 입문 담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속도가 붙었다. 온라인, 무인자판기, PC방 등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가 가능하고 화장품 용기 등을 흉내 낸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대형 담배회사인 BAT로스만스가 합성니코틴 담배 ‘노마드’를 지난해 11월 출시한 이후 논의가 빨라졌다. 여기에 정부가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유해성이 있어 담배사업법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최근 개정안이 또 다시 불발되면서, 국회의 늑장 대응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부 합성니코틴 판매업자들의 생존권을 챙기느라 청소년 건강권과 적법하게 영업하는 담배 소매인 13만명의 영업권을 도외시한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2021년 98톤(t)에서 2022년 121t, 2023년 216t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9월 수입량은 316t이다.
규제가 불발되자 전자담배업계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규제가 지연될수록 편법 영업을 하는 판매자들만 이익을 보게 되며, 이는 적법하게 영업하는 자신들을 향한 역차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전자담배협회총연합회는 “국회와 정부가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판매업자들의 사정을 봐줘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규제가 지연될수록 편법 영업을 일삼는 판매자들만 이익을 보게 되고, 이는 곧 정책 실패와 역차별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노마드’를 출시한 글로벌 담배 기업 BAT로스만스 측도 해당 규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BAT는 현재 국내 담배사업법상 합성 니코틴 담배 관련 규제는 없지만 자율적으로 준수하고 있다.
BAT 측은 앞서 “합성니코틴 담배에 대해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합당한 규제의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합성 니코틴은 법적 규제 없이 판매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해성 검증 의무 또한 부재한 상황”이라며 “특히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다양한 맛과 향으로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으며, 온라인 광고를 통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현재 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은 불법 약물과의 혼용 가능성도 높아 청소년들에게 더욱 위험하다”며 “일부에서는 합성 니코틴 규제가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되며, 충분한 유예 기간을 두고 규제를 시행한다면, 관련 업계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