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
로버트 패틴슨에 이어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봉준호 감독의 손을 잡고 한국을 찾았다.
20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봉준호 감독,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최두호 프로듀서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미키 17' 내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나오미 애키는 "한국에 처음 왔다. 오래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 오게 돼 기쁘다"라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마크 러팔로는 "지난번 방문했을 때 환대를 받아서 '어벤저스' 다른 출연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나를 질투했었다"라며 "봉준호 감독은 살아있는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이다. 봉 감독의 고국에 오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나도 다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쁨이 두 배다. 봉 감독과 다시 일할 수 있께 돼 영광"이라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봉 감독은 "내가 성격이 이상해서 사람을 볼 때 자꾸 이상한 면만 보게 된다. 흔히 알려진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면 집착이 생긴다. 마크 러팔로는 한 번도 악역을 하지 않았는데 그게 신기했다. 그 첫 번째 기회가 나에게 온 것이 신나고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크 러팔로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낯설어 했다. 독재자는 이상하고 위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걸 마크 러팔로가 잘 해줄 거라 믿었다"라고 밝혔다.
나오미 애키에 대해서는 "휘트니 휴스턴 전기 영화에서 역수적 가수를 직접 연기한 배우다. 목소리 하나로 제압하는 에너지가 있다. 영화에서도 목소리 하나로 독재자를 제압해 버린다. 그걸 내가 먼저 알아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 스티븐 연은 이미 '옥자' 때 즐거운 작업을 했다. '미키 17'은 인간 냄새나는 SF 영화인데 그의 도움 없이 절대 할 수 없었다. 티모는 일반적인 SF 영화 캐릭터가 아니다. 이 모든 분들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연기를 보여줘 내가 행운이었다"라고 전했다.
미키의 연인 나샤 역의 나오미 애키는 "정말 자유롭게 연기했다. 보통 캐릭터들은 항상 비밀을 가지고 있고 감정을 숨기지만 나샤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인다. 그래서 현실화하는 작업에서 너무 신났다"라고 말했다.
티모 역의 스티븐 연은 "'성난 사람들을 끝낸 직후에 이 영화를 촬영했다. 대본을 보면 모두 티모를 싫어한다. 내가 타인의 시각을 무시하면서 살아오지 못해 개인적인 바탕으로 이해해 보려 했"라며 "어떤 연기도 만족할 순 없겠지만 봉 감독의 전체적 비전을 봤을 때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참여한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다른 SF 영화와 '미키 17'에 차이에 대해 "복제인간, 클론 등은 이미 많은 SF 영화에서 다뤄진 소재다. '미키 17'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심 콘셉트는 조금 다르다. 인간 프린팅 콘셉트라 여러 유기물로 사람을 출력하는 거다. 조합돼서는 안되는 이 콘셉트 자체에 이미 희비극과 드라마가 담겨있다. 평범한 청년이 계속 출력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부터 기존 SF와는 다르게 출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마크 러팔로는 극중 독재자 마샬이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에 대해 "마샬은 전형적인 정치인일 뿐이다. 쩨쩨하고 그릇이 작고 자기 이익만 원하는 사람, 연약한 면도 가지고 있고 그러다 끝내 실패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그런 독재자들을 오랫동안 봐오지 않았나. 다양한 인물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인물이 말할 때의 악센트나 말하는 방식이 변한다.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싶었다. 사람들이 여러 해석을 하고 여러 인물을 떠올리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영화는 세계 정치는 물론 우리나라 정치 상황까지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봉 감독은 "계엄령 뉴스가 나왔을 때 마크가 '괜찮냐, 안전하게 잘 있길 바란다'라고 연락이 왔었다. 뉴스에서 몇 차례 이야기했지만 블랙핑크 로제 '아파트'가 이번 주 빌보드 차트 몇 위까지 올라갔냐는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계엄령 뉴스를 보니 생경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 계엄을 극복한 시민들, 국민들이 자랑스럽다. 남은 건 법적, 형식적 절차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는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에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마크 러팔로는 "봉 감독은 정말 섬세하고 꼼꼼하다. 동시에 스스로 창의력을 발현해서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다. 지금까지 스토리보드로 일한적이 없는데 한국에서는 영화를 하게 될 때 감독이나 작가가 스토리보드를 함께 만드는 관행이 있다고 들었다. 그 스토리보드에 힌트가 있었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징을 그림으로 보여줘 신선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정말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는데 겸손하기까지 하다. 계속 그런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봉준호 감독을 칭찬했다.
스티븐 연은 "시간이 지나며 감독님과의 경험 양상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은 배우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 봉 감독과 일하면서 나 스스로 시험하고 인정하고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봉준호 감독만의 시각으로 찾아낸 매력들이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봉 감독은 '미키 17'를 묻는 질문에 "영화를 만들 때 목표나 깃발을 들고 만들지 않는다. 모든 인물의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영화가 되는 것"이라며 "'미키 17'도 마찬가지도. 프린트되는 자기 몸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일지, 마샬 같은 사람에게 혼나고 무서운 상황에서 얼마나 겁이 날지, 유일한 친구인 티모가 자신을 괴롭힐 때 미키의 속마음은 어떨지 등 힘든 상황 속에서 느끼는 위안과 위로를 함께 나누고 싶다"라고 바랐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메시지는 사회과학을 하는 분들이 낸 책이 더 명확하다. 영화는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숨 쉬는 인간의 감정을 같이 나눠보자고 하는 거다. '미키 17'을 보면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기뻤다. 연약한 청년이 힘든 상황 속에서 파괴되지 않았다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