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동연, 28일 50여분 차담 회동
金 "李, 3년전 개헌 약속…논의 없어 유감
국민소환제·교섭단체 요건 완화도 제안"
李 "金, 나라 어려우니 도정·국정 걱정해"
더불어민주당 대권 잠룡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나 "지금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한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작심 발언했다. 또 이 대표를 둘러싼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서도 "신뢰의 위기"라고 일갈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선고가 임박하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권주자로서의 경쟁 구도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경기도지사이자 민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두 사람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 시작 전부터 경기도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 대표가 "김 지사 옆에 있으니까 내가 확실히 인천 사람이 맞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듯 했으나, 곧 김 지사는 작심한 듯 포문을 열었다.
김 지사는 모두발언에서 "내란 종식은 정권교체인데, 지금의 민주당으로 과연 정권교체가 가능한 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나도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며 "정권교체 이상의 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제7공화국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개헌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시작으로 박용진 전 의원, 김부겸 전 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과 실시된 네 차례의 회동에서 이들이 이구동성 '개헌'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가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개헌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한 주장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관문이자 제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권력구조 개편 등을 위한 임기단축 개헌이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 이는 3년 전 (대선 단일화에서) 이 대표의 약속일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국민께 드렸던 약속"이라 상기시켰다.
이 대표가 정책 노선을 자주 바꾼다는 이른바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김 지사는 "정권교체에 대한 우려도 표했지만, 신뢰의 위기도 있다"며 "말만으로도 안 되고, 말을 바꿔서도 안 된다. 수권정당으로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씀을 대표께 드린다"고 했다.
여야가 상속세 개편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데 대해서는 '감세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했다. 김 지사는 "정치권에서 감세 논쟁, 감세 포퓰리즘이 극심하다. 비전 경쟁이 돼야 하는데, 감세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현실이 대단히 안타깝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감세 동결, 재정 투입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 지사가 발언을 마치자 "다 하셨느냐.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정치·경제 상황이 어렵다보니 도정(道政)에다 국정(國政)까지 걱정하느라 (김 지사가) 노심초사하는 것 같다"며 "오랜만에 뵈었는데 같은 당원으로서 국민이 안심하고, 우리나라의 발전 방향이 무엇인지 말씀 나눠보자"고 짧게 답했다.
김 지사는 50여분 간 이어진 차담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개헌 얘기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개헌과 관련된 얘기는 모두발언에서 내가 충분히 얘기했다"며 "정치 카르텔에 대해 얘기를 했고 국민소환제를 포함해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는 문제를 소개했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면책특권 문제를 포함해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한 정치와 비전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김 지사가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는데 아마 (비공개회동에서는) 구체적으로 대화가 없었던 것 같다"며 "(김 지사가) 개헌은 모두발언에서 언급했으니 비공개회동에서는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는 말은 없었다. (개헌에 대해) 구체적인 곳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강민석 대변인은 "이 대표는 김 지사의 정권교체 필요성에 공감했고, 두 사람 다 경기도지사였기 때문에 관련 얘기를 나누고 공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도 회동 분위기에 대해 "좋았다"며 "두 사람이 (전·현직) 도지사여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공감을 많이 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