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페인 인테그랄 딜러점 방문기
기아, 스페인서 7년 연속 판매 증가
대리점 입구부터 나달 효과… "이미지 좋아져"
친환경차 이미지 긍정적… 전기차 전면에
"스페인에서 기아를 설명할 때 라파엘 나달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부터 무려 15시간을 날아가 찾은 유럽의 끝자락,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에서 약 100km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인테그랄 기아 딜러점'은 입구에서부터 스페인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스페인 최고의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이 활짝 웃으며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어서였다.
라파엘 나달은 메이저 대회에서만 통산 22번의 우승을 거머쥔 스페인 출신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기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대기록을 세우며 데뷔 직후 이름을 알렸지만, 18세에 큰 부상을 입고 슬럼프를 겪던 나달에게 기아가 후원계약을 맺으며 손을 내민 것이다.
나달이 2015년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컵에서 우승 상품으로 벤츠 최고급 모델을 받고 난 뒤 "나의 스폰서 회사 기아만큼 좋진 않네요"라고 말한 건 스포츠 마케팅사에 전설로 남아있다.
은퇴 위기에 빠져있던 나달을 믿어준 기아는 스페인 시장에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알리면서 나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최근 3년 새 출시한 전기차 모델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나달이 EV9을 직접 보유하면서 자연스레 관심도도 늘어났다.
아구스티 가르시아 살라 인테그랄 기아 딜러점 사장은 "라파엘 나달이 16살때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기아와 동행을 하면서 스페인에서 기아의 인식이 굉장히 좋아졌다"며 "나달은 EV9을 주로 탄다. 보유차량이 많은데, 항상 밖에 나갈때는 기아차만 타고 나간다고 알려져있다"고 강조했다.
나달과 쌓은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기아의 상품성과도 자연스레 연결됐다. 가솔린 등 내연기관차에 이어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이어지는 모델 라인업이 상품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다. 기아는 스페인 자동차 업계 최초 '7년 개런티'를 내걸며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아구스티 사장은 "최근 몇 년 간 한국차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아졌다. 단순히 한국차라기 보다는 현대차, 기아 차량이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7년 간의 개런티를 보장해주는데, 이런 브랜드는 기아뿐"이라고 말했다.
판매 확대의 중심에는 전기차가 주효했다. 실제 기아의 스페인 내 전기차 판매는 2014년 쏘울 EV로 첫 진출 이후 연간 2대에 그쳤지만, 2017년 90대, 2020년 896대, 2022년 2454대, 지난해에는 2645대로 7년 연속 꾸준히 늘었다. 시트로엥, 폭스바겐, 르노 등 유럽 주요 브랜드보다도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이 더 높다.
인테그랄 기아 딜러점 역시 전기차 모델들이 전면에 전시돼있었다. 매장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EV3, EV9이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는 구조이며,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니로, 스토닉, 스포티지 등 내연기관 차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날 매장을 찾은 현지 방문객들이 가장 관심있게 구경한 모델 역시 EV3였다.
아구스티 사장은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지비 등이 저렴해 전기차가 더 이득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전기차를 타면) 합리적 소비자라는 인식이 크다"며 "기아 이미지가 워낙 좋은데, 특히 전기차를 만들어서 더욱 젊은 이미지가 크다"고 말했다.
인테그랄 기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은 놀랍게도 SUV 모델들이었다. 해치백을 가장 선호하는 시장에서 SUV로 입지를 다진 것이다. 인테그랄 기아의 최고 인기 차종은 스포치지, 니로, EV3 순이다. 해치백만 고집했던 유럽 소비자들이 SUV로 점차 눈을 돌리고 있고, 이를 흡수한 결과다.
지난해 출시한 EV3의 인기에 힘입어 기아는 향후 스페인에서 '전기차 시장 리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듯 했다. 올해 전기세단 EV4와 유럽형 전략 모델 EV4 해치백을 출시하고, 내후년 까지 유럽 주력 모델인 EV2도 내놓는다. 특히 EV2의 경우 유럽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높은 'B세그먼트' SUV인 만큼, 기아 딜러점에서도 가장 기대하는 모델 중 하나다.
아구스티 사장은 "EV2는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EV6 등 그간의 EV 시리즈가 모두 잘됐다"며 "EV3도 많이 팔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선호하는 차 크기는 EV2다. 당연히 많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