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자들 합세, 이재명 포위
그러나 나라 만들 미래 비전 더 중요
한동훈이 임기 2년을 깎는 세일 전략을 가지고 여의도로 돌아왔다.
그의 선제 공세에 여야 잠재 후보들 다수가 앞 다퉈 호응, 임기 단축 개헌이 대세 물결을 탈 조짐이다. 이들의 ‘87체제’ 종식 합창에 홀로 소극적인 이재명이 포위된 형국인데, 그의 항복은 시간문제가 됐다.
한동훈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탄핵 인용으로(그는 ‘만에 하나’란 표현을 썼다)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3년만 하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개헌 관철로 2028년 국회의원 총선과 다음 대선 시기를 맞춘다는 시간표다.
그는 3년 후 불출마도 공언했다. 이런 약속을 한 후보는 임기 단축 개헌 지지자들 가운데 그가 유일하다. 지난 총선 때도 비대위원장으로 여당을 이끌면서 스스로 국회 경험 기회를 포기했던 그의 단골 상품이 되고 있는 자기 밥그릇 버리기다.
이재명이 이렇게 제 살 깎기 선언을 했다면 효과가 컸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 정당 내 경선 통과도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잠룡이 복귀 명분의 하나로 던진 작전 구호라서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한 후보의 말만 크게 키워 주지는 않는 언론의 ‘기계적 균형’ 원칙 때문에 더 부각되지 못한 면도 있다.
한동훈의 제안은 수명이 다했다고 정치인이나 논자들 모두가 말하는 ‘87체제’ 헌법을 임기 단축으로 반드시 폐기하자는 것인데, 많은 후보들 동참으로 의미가 커졌다.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얘기는 그가 처음 제기한 건 아니다.
같은 당 오세훈과 유승민, 민주당의 3김(김동연-김부겸-김경수)도 비슷하게 해 왔다. 오세훈이 1번 타자로 87체제 문제점을 짚었다.
오세훈은 한동훈보다 먼저, 더 구체적으로 40년 묵은 현행 헌법의 폐해를 지적하고 대안(개정안)까지 제시했다.
87헌법은 쿠데타 정권이 정통성 확보를 위해 5년 단임제를 내걸면서 권한은 무제한으로 강화한 데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이다. 더 문제는 국회에도 제왕적 권한을 부여해 버린 것이다.
대통령 권한만 막강하게 하면 국민 불만이 높아질 것이라 보고 금배지들에게도 같은 칼을 줘 균형을 맞췄다. 이것이 그 뒤 두고두고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 줄 당시 헌법 제정자들은 몰랐다. 입법 폭주는 물론 대통령 3명이 탄핵 소추되고 1명은 실제 탄핵, 또 한 명도 탄핵 위기에 처해 있다. 차기 대통령도 취임과 동시에 상대 진영으로부터 탄핵 노래를 듣게 될 것이다.
한동훈은 제왕적 의회 권력 분산을 위한 헌법 개정 아이디어로 양원제와 중대선거구제도 제안했다.
이러면 광주에서 국힘당 후보도 당선되고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더 많이 금배지를 달 수 있다. 정당과 국민이 변해서 지역감정과 진영 대결이 해소되기 어렵다면 인위적으로 제도를 바꿔서 국회의원 얼굴들을 바꾸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개헌이 쉽지는 않지만, 이번엔 분명히 다르다. 계엄 때문이다. 바꿔야만 하는 이유를 모든 국민이 깨닫게 됐다. 이걸 후보들이 대세로 만들어 밀어붙여야 한다.
방법은 이재명 고립 작전이다. 기득권자인 그는 개헌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말하려 하지 않는다. 대권을 다 잡았는데, 굳이 임기 단축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 사법 리스크 때문에도 대통령 자리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
여권과 야권 비명계들이 연합 전선을 펴 이재명이 개헌 약속을 안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야대 국회를 또 보고 싶으냐고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나라를 어떻게 바꾸고 만들어 갈 것인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게 다음 단계다. 개헌이 전부는 아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제왕적 의회에 제왕적 대통령까지 차지한다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험하게 될지를 유권자들이 상상해 보도록 하자.
그러면 최악은 막을 수 있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